류우익 통일부장관 내정자는 31일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서 필요하다면 유연성을 낼 부분이 있는지 궁리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명 ‘협상파’로 불리는 류 내정자의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기존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강경파’ 현 장관,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과는 결이 다른 인물로 꼽히며, ‘상당히 유연한 대북관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류 내정자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기존의 대북정책에 큰 변화를 꾀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배경과 관련, 김두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통일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보다 발전적 통일정책을 추진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현인택 장관을 통일정책 특보로 임명한 것도 이같은 의중을 반영한다.
따라서 류 내정자로서는 기존 대북정책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최악의 남북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고차방정식에 직면했다. 그는 “평화통일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미력하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하겠다. 이런 일을 함에 있어서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일관되게 유지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남-북-러를 잇는 가스관 사업은 멀어진 남북을 잇는 첫 연결고리가 될 전망이다. 그는 이와 관련, “남북관계를 잇는 인프라가 남북에 모두 득이 되는 일이라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천안함ㆍ연평도 문제에 대해서도 기존 입장에 유연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그것은 청문회 때 이야기하겠다”며 즉답을 피했지만, 북한을 어떤 식으로든 테이블로 끌어들인다는 ‘전략적 관여’를 시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와 이산가족 상봉 등을 매개로 남북대화를 재가동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 완화는 전체적인 6자회담 재개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남북ㆍ북미간 후속회담에 ‘반응’을 보이지 않던 북한도 통일장관 교체를 대북정책 전환의 시그널로 받아들여 호응할 가능성이 크다. 외교가에서는 다음달 초ㆍ중순 중국 베이징에서 후속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사안에 따라 대통령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 류 내정자가 통일부 수장을 맡으면서 그동안 외교부에 비해 뒷선으로 처졌던 통일부가 힘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등장했다.
그러나 ‘류우익호’가 남북관계를 획기적으로 변화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원칙 있는 대화’ 기조의 틀을 벗어나기 어려워 그가 쓸 수 있는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예측이다.
한편 류우익 통일부 장관 내정자는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비해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 당국자는 31일 “류 내정자의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 사무실을 마련했다”면서 “지원인력 1~2명이 청문회 준비를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