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 발전’이란 낯선 작명이 굳이 필요했을까.
지난달 3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대기업 간담회.
이명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생 발전의 국정 기조를 직접 설명한 뒤 “법이나 규정 제도를 갖고 하는 것보다 자발적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총수가 앞장서야 한다”, “향후 50년을 내다볼 때 전경련이 어떻게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기억을 조금만 더듬어보면 새로운 말들이 아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친서민ㆍ중도실용 노선을 걸으면서 “대기업들도 (정부가) 하라니까 하는 게 아니고 사회적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했고, 지난해 공정사회, 동반 성장이 화두가 됐을 때에는 “대기업 총수들이 앞장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경련의 변화를 주문한 것도 작년 7월 국무회의 때였으니 벌써 1년이 넘었다.
총수들의 답변도 스테레오 타입이었다.
고용과 투자 확대와 중소 협력업체 지원, 사회 공헌 등 귀에 익은 말들이 공생 발전의 화답용으로 오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 기조가 친서민ㆍ중도실용에서 공정사회, 공생 발전으로 해마다 옷을 갈아입고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이 모두가 동반 성장이라는 키워드에 수렴되는 동의어들이다.
동반 성장이 곧 친서민이고, 윤리경영이며, 사회적 책임이자, 사회 공헌이기 때문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중견그룹 회장은 “정부는 자발적으로 하자고 하지만, 압박을 받는 입장에서 (새롭게 내놓을) 마땅한 게 없어 고민”이라고 했다.
정부는 지난해 공정사회와 동반 성장 기조에 맞춰 ‘9ㆍ29 동반 성장 추진 대책’을 내놓았고, 이 자리에서 동반성장위원회 설립계획을 요란스레 발표했다. 그러나 동반성장위의 핵심 사업인 동반성장지수와 중소기업 적합 업종 발표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임원은 “공정사회와 동반 성장 얘기가 나온 게 얼마나 됐다고 또 공생 발전인가”며 “내용을 들여다보면 새로울 것도 없는데 어느 장단에 손발을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설겆이하기도 전에 새 밥상이 또 들어온다면 누군들 혼란스럽지 않을까. 요즘 기업 심정이 딱 그렇다. yang@he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