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반(反) 한나라당’을 선언하면서 야권 통합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대두하자 한나라당이 안 원장에 대한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안 원장이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 입장을 명확히 한 만큼 이제 그에 대해 미련을 갖거나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한나라당의 핵심 지지세력인 보수층을 결집해 정국에 대비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정치인 안철수’의 자질이나 성향, 재산문제 등을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한때 안 원장을 영입하려 했으나, 지금의 정치현실에서는 그에 대한 인기를 꺾어야 한다는 것으로 비정한 정치의 생리를 보여주고 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6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안 원장의 후보단일화 논의와 관련해 ”박 상임이사는 안 교수를 아수라장에 끌어들이지 말라“면서 안 원장에 대한 경계심을 표출했다.

한 핵심당직자는 ”안 원장이 너무 건방지다는 생각도 든다“며 ”‘역사의 물결을 거스를 수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 좌파라고 선언한 것 아닌가 싶다. 이념적 좌파라기보다는 강남 좌파에 가까운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른 당직자도 ”반 나라당 선언은 오히려 잘됐다. 빨리 안 원장을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한나라당의 기류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진성호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안 원장이 ‘반한나라당 후보’라고 커밍아웃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당에 얽매이지 않는 중도적 이미지와 참신성이 강점이었는데 상당히 정파성을 띠기 시작했다“며 ”조금 지나 여론조사를 하면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인사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다. 안 원장이 차기 대선후보로 급부상할 수 있다는 관측과 연관시켜 해석하는 시각도 나왔다. 한 친박 인사는 ”IT 전문가라고 해서 정치를 잘 하겠느냐“면서 ”안 원장이 뭐가검증이 됐느냐. 예전 운영하던 회사 내에서도 내분이 있어 몇 분이 물러섰다지 않느냐“라고 지적했다.

안 원장이 사실상 정치권에 뛰어드는 수순을 밟고 있는 만큼 이제 그는 IT 전문가라는 화려한 평가를 뛰어넘어 정치권의 집요하고 끈질긴 공세를 헤쳐나가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정치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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