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오는 10월 치뤄질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박 이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하는데 합의했다.
6일 두 사람은 서울 모 처에서 2시간 가량의 회동 직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지하 1층 수피아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회동 결과를 발표했다. 안 원장과 박 이사의 단일화 합의로 서울시장 보선의 구도와 판세는 급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 원장은 “박 이사가 서울시장직을 누구보다 잘 수행할 수 있는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며 박 이사 지지를 밝혔다. 또 “저에 대한 기대는 우리사회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이 저를 통해 표현된 것”이라며 “성원해주신 분들의 기대를 잊지 않고 사회를 생각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 경부터 시내 모처에서 만난 두 사람은 기존 정치권과는 차별화 된, 새로운 서울시장의 등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으며, 이를 위해 박 이사가 후보로 나서고 안 원장이 적극 지원한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번 회동은 박 이사가 백두대간 종주 일정을 앞당겨 5일 밤 늦게 귀경함에 따라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앞서 두 사람은 각각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단일화 및 독자 행보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안 원장은 정당 선택 여부를 묻는 질문에 “무소속이죠”라며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를 강조했다. 박 이사도 이날 오전 고 이소선 여사의 빈소를 방문,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의지를 다졌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의 결합이 서울시장 선거에서 위력을 떨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확인된 50%에 육박하는 안 원장의 지지율에, 제야 시민단체의 박 이사에 대한 지지를 더하면 기존 여ㆍ야 정치권 모두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安-朴 연대’ 대항마 찾기에 골몰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두 사람의 단일화 합의 소식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김정권 사무총장은 오전 회의에서 “박 이사는 우려스럽고 안 원장은 걱정이 된다”며 “두 사람이 선거를 앞두고 후보단일화를 위해 만난다는 자체를 국민들은 순수하게 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이사를 내심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분류해왔던 민주당과 야권도 당황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는 두 사람의 영입 실패 및 독자 출마에 대해 쓴소리가 이어졌다. 김영춘 최고위원은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이 커져 정치권 바깥에 있는 인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며 “지금처럼 당을 먼저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욕심을 앞세우면 정당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선거 막판 이들과 후보 단일화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야권통합추진기구인 ‘혁신과통합’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한나라당 후보에게 어부지리를 안겨줄 걱정도 된다”며 두 사람을 압박했고, 진보신당 노회찬 전 대표도 “범야권 후보 단일화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