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범야권 유력 후보로 부상한 데 대해, 청와대는 내심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새삼 화제가 되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과 박 이사와의 오랜 앙금을 기화로, 이번 선거 구도가 자칫 복지정책 논쟁에서 정권심판론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로서는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둔 상황에서 범야권의 화살이 특정 정책이나 지자체 시정이 아닌 정부와 청와대를 직접 겨냥할 경우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국정 공백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권에서도, 보궐선거 그 자체로 이미 청와대의 국정 주도권이 약화된 상황에서 ‘반(反) MB 기수’인 박 이사가 야권을 대표하는 후보가 된다면 그 파급력이 배가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박 이사는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현 정부 정치형태 보면서 우리사회가 이렇게까지 추락해도 되는가 하는 측면에서 분노를 느꼈다. 정치 기본이 제대로 서지 않고 상식이 제대로 서지 않는데 사회변화가 가능할까 깊은 고민을 했다” 며 이명박 정부를 정조준했다.
두 사람의 첫 인연은 ‘아름다운 만남’으로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월급 566만원을 매달 통째로 박 이사가 만든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했고, 당시 재단 산하 비영리단체인 아름다운 가게도 적극 후원했다.
이런 인연으로 이명박 시장은 박 이사를 청계천복원시민위원에 위촉했지만 좋은 인연은 거기까지였다.
박 이사는 이 시장의 야심작인 청계천 복원사업에 대해 ‘70년대 불도저식 리더십의 반영’이라고 비판했고,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히 멀어졌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도 박 이사는 “국정원이 시민단체를 사찰한다”고 비판했다가 국정원으로부터 2억원의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박 이사 측은 “국정원 소송은 한 사례일 뿐이고 지난 정부부터 꾸준히 해오던 많은 사업이 이 정부들어 무산되고 있다” 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자체 선거에 청와대가 반응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라면서도 “국정 안정 차원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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