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안철수 현상 차단을 위한 특급 소방수로 김황식 국무총리를 거론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여권의 권력 구도와 관련해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당사자인 총리실과 청와대는 일단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라며 일축하는 분위기지만, 한나라당의 ‘애원’을 마냥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8일 “총리가 무슨 장기판의 졸도 아니고, 국정 조율의 책임을 지는 총리가 지자체 선거에 갑작스레 차출된다는 건 모양새가 아니다”고 말했다.
총리실 관계자도 “출마하실 확률이 없다. 정기국회에서도 중요한 일이 많이 있고 본인도 원래 선거나 정치쪽에 관심이 없으셨던 분” 이라고 했다.
김 총리를 차출하는 것은 공직사회에 미칠 부정적 영향, 국정 운영의 불안정 등을 고려할 때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난 7일 홍준표 당 대표가 “이 대통령을 만나 김총리 차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불씨를 지핀 데 이어, 소장파 의원들도 일제히 범야권의 정권심판론에 맞서기 위해서는 행정능력을 갖춘 안정적인 인물이 필요하다며 ‘일꾼론’ 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이같은 당내 기류는 표면적으로 범 여권의 유력후보로 떠오른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의 여론 지지율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한 데 따른 것이다.
안철수 돌풍에 가려 3~5% 지지율에 허덕였던 박 이사는 단일화 발표 이후 단숨에 30~50%로 급반등해 지지율 1위 또는 오차범위내 2위를 기록하며 안철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안 원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태풍이 지나갔다고 생각한 여당으로서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다.
김 총리 차출설이 수면 위로 등장한 배경에는 비단 박 이사의 급부상뿐 아니라 여러 복잡한 속사정이 깔려 있다.
우선 당내 유력 후보인 나경원 의원이 무상급식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 고민거리다. 또 검증된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에는 선거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도 여당으로선 아쉬운 대목이다.
소수 의견이지만 김 총리 차출은 임태희 대통령 실장의 거취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 총리가 차출될 경우 총선 불출마 가능성이 높은 임 실장이 차기 총리직을 맡아 MB정부의 순장조가 될 것이란 전망이 그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실무형인 임 실장이 올 해 안으로 자리를 물러나고 마지막 대통령실장은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 기용될 것이란 얘기들이 오간다” 면서 “김 총리가 차출된다면 자연스럽게 차기 총리로 임 실장 카드가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내부에서는 “현 상황에서 차출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지, 정치의 앞 날은 아무도 모른다. 결국 대통령의 선택이 아니겠냐”는 기류도 감지된다.
한편 과거 정권에서 전직 총리가 시장 선거에 출마한 적은 있지만 현직 총리를 옷 벗겨 선출직 선거에 내보낸 전례는 없다. 정원식 전 총리는 김영삼 대통령 요청으로 1995년 민선 1기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지만 3위에 그쳤다. 고건 전 총리는 1998년 당선됐고, 한명숙 전 총리는 2010년 석패했다.
<양춘병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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