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능력은 인정받았지만 문제는 재정부 장관의 성적표인 향후 경기다. 대외변수가 워낙 좋지 않다. 박 장관은 마무리투수를 자임하며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투수 한 사람이 모든 경기를 책임질 수 없듯 우리 경제도 박재완 장관 1인의 능력으로 설명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 8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와 양극화, 글로벌 재정위기 등 너무나 어려운 경제상황이 난마처럼 얽혀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 스스로도 물가상승으로 인해 서민 체감경기 개선이 미흡하고, 6ㆍ29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에도 가계대출 증가세가 확대되는 점 등이 부족했다고 자평한다.
그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화려하지 않고 묵직하다. 그의 말 속에선 가시를 찾기 어렵고 밋밋하다. 하지만 단기적 흥행과 인기영합이 춤을 추는 세상에서 그의 처신은 그래서 더욱 빛난다는 평가도 받는다. 물가를 잡기 위해, 독과점적 시장구조 등으로 물가의 하방경직성이 큰 상황에 대해 진입규제 완화와 불공정거래 감시 등 경쟁촉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 한 예다. 또 복지 포퓰리즘 논란에 대해서도 복지의 3가지 원칙을 제시하며, 재정건전성의 보루를 지키려는 모습 역시 균형감각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른 경제부처의 한 관료는 “경제 분야에서 완력에 의지하는 것은 당장의 효과와 ‘반짝 인기’는 있을지언정 장기적으로 시장을 뒤틀리게 하고 부작용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박재완 장관의 원칙이 빛을 발한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정치인 출신 경제부처의 한계도 나온다. 감세원칙을 지키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다가 세법개정을 위한 당ㆍ정ㆍ청 회의에서 순식간에 허물어진 경우가 그 예다. 국민과 국회가 바라는 바를 일정 정도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도 있을 순 있지만, 어제까지 얘기했던 소신이 하루 만에 바뀌는 것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박지웅 기자/goa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