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부터 80분간 청와대 상춘재 앞뜰에서 진행된 ‘추석맞이 특별기획-대통령과의 대화’라는 제목의 방송 좌담회에서 “서울시장을 해보니 정치와 직접 관련이 없다” 며 “(행정) 일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 참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은 시민을 편안하게 해주고 세계 일류도시 수준에 맞는 그런 인물이 되는 것이 옳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어 “안철수 교수의 모습을 보면서 ‘아, 우리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 스마트 시대가 왔는데 정치는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다” 고 말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국민은 변화의 욕구를 강하게 느끼고 있는 데 정치권이 여전히 구태에 젖어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발언들을 종합해 보면 이 대통령의 시장 후보 기준은 ‘행정 경험이 있는 비(非)정치인 출신’으로 요약된다.
이 기준에 따를 경우 나경원 의원 등 당내 유력 정치인들보다는 최근 꾸준히 언급되고 있는 김황식 국무총리를 비롯해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 김영란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이석연 전 법제처장 등이 우선 순위가 된다.
또 평소 민간 전문가를 중용해온 이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두루 고려하면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 등 세계적인 명성의 민간 CEO 출신들로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유력한 야권통합 후보로 떠오르고 있지만 공직 경험이 부족한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견제한 발언 아니냐는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이날 언급은 대통령의 평소 소신을 밝힌 원론적인 수준의 발언” 이라며 “시장 후보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당의 몫이며 청와대와 사전 교감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9일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방송 좌담회에서 서울시장과 관련해서 한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날을 세웠다.
손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대통령이 서울시장 선거에 이런 식(행정이나 일을 해 본 사람이 좋다는 발언)으로 개입한다는 인상을 주면 대통령 자리에 대한 국민의 존중이 훼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장 선거의 중요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손 대표는 "어제 좌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웃었지만 국민은 다시 상처를 입었다"며 "자기 성찰이나 반성은 없고 아직도 물가, 민생 문제에 대해 남의 탓, 세계 경제 탓으로 돌리는 것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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