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을 향해 달리는 잠룡들의 추석 연휴는 일반 사람들과 같고도 달랐다. 가족들과 모여 송편을 빚고 조상님들의 묘지를 돌보는 것은 여느 사람들과 다름없다면, 군부대를 방문하고 명절이 더 외로운 새터민과 보호시설 거주자들을 돌보는 등 봉사하는 것은 잠룡만이 할 수 있는 남다른 모습이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삼성동 자택에서 차례를 지낸 뒤 고(故) 박정희 대통령과 육영숙 여사가 있는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아 성묘한다. 그 외 시간은 자택에서 머물며 조용한 추석을 보낼 것이라고 박 전 대표의 측근들은 전했다. 여느 추석과 다름 없는 일정이다.
한편 박 전 대표는 9일 오전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추석 영상 메세지’를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올해는 예기치 못한 기상이변과 경제상황 등으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하셨고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며 “그러나 이 가운데서도 서로 돕고 배려하며 우리는 어려움을 극복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근 수해현장 및 시장 방문 사진들과 함께 한 이 메시지는 박 전 대표가 추석 직후 본격적인 민생 탐방 활동에 나설 것임을 강조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대표측 한 관계자는 “다른 때 보다도 내용과 문구, 그리고 발표 시점 선정에 공을 드렸다”고 전했다.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연휴에도 국토방위에 쉬지 못하는 장병들을 격려한다. 정 대표는 연휴 하루 전인 이날 수도방위사령부를 방문, 장병들과 대화하며 대권 행보를 계속한다. 또 연휴 중에는 지역구인 동작구 내 시장 등을 방문해 지역 민심을 청취한다. 추석 당일에는 고 정주영 회장이 있는 하남 선영을 둘러볼 예정이다. 정 전 대표측 관계자는 “성묘하고 가족들과 함께 추석을 보내며 향후 일정과 정치 현안에 대해 구상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당 복귀를 코 앞에 둔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역구민들과 함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평소에도 지역인 서울 은평구 곳곳을 발로 누비고 다니는 이 장관은 추석 연휴 기간 지역민들의 민심을 청취하고, 국회 복귀 후 정국도 구상한다. 평소 즐겨 언급했던 ‘토의종군’이라는 말처럼 낮은 자세로 민심을 들을 것이라는게 이 장관측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최근 이 장관이 강조하고 있는 부패 청산과 청년실업문제 해결 등의 밑그림이 완성될 수 있을지 주목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자유를 찾아 고향을 떠나온 북한이탈주민들과 함께한다. 추석 연휴 중 하루를 경기도에 새로 들어선 하나원 양주 분원에서 새터민들과 함께 보낼 예정이다. 김 지사측 관계자는 “양주 하나원에서 송편도 만들고 식사도 준비하고, 또 함께 1박을 하면서 명절에 더 외로운 새터민들을 위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 지사는 현직 도지사인 만큼, 연휴 기간에도 비상 근무를 하는 일선 현장 공무원들을 격려하고, 도정을 챙기는 등 사실상 연휴 아닌 연휴를 보낼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서울 자택과 당사, 그리고 국회를 오가며 바쁜 추석 연휴를 보낸다. 연휴 시작인 9일에는 최고위원들과 함께 서울역에서 고향을 찾아 떠나는 귀성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당의 정책을 설명한다. 특히 국가부채 증가와 부자감세 문제 등 현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면서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를 앞둔 민심을 잡는데 주력한다.
야권의 떠오르는 대선 주자인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발간한 책 ‘운명’을 들고 부산을 찾는다. 연휴 전날인 9일 부산영광도서에서 저자와의 대화 및 사인회에 참석하는 문 이사장은 야권 통합 및 안철수 신드롬 등 최근 정치 현안에 대한 입장도 자연스럽게 피력할 예정이다.
문 이사장은 행사 직후 양산 외곽에 있는 자택으로 내려가 어머님, 가족들과 함께 추석 연휴를 보낸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순창 선영과 지역구인 전주 덕진을 오가며 바쁜 추석 연휴를 보낼 예정이다. 정 최고위원측 관계자는 “전주 지역구 내 복지 시설도 방문하고, 다른 시간에는 산적한 현안들을 처리하면서 바쁜 추석을 보낼 듯 싶다”며 “추석 당일에는 순창 선영에서는 성묘도 하고 가족들과 함께하면서 보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정 최고위원은 최근 추석에 앞서 한진중공업 해고자 가족들을 방문하고, 조속한 사태 해결을 약속하기도 했다.
정세균 최고위원은 서울시장 선거로 그 누구보다도 바쁜 추석 연휴를 보낼 전망이다. 지난 8일 당 대 중진의원들과 함께 한명숙 전 총리의 서울시장 선거 후보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던 정 최고위원은 추석 연휴 기간 계속될 야권 후보 단일화를 위한 경선 등 준비 작업에 매진한다. 정 최고위원측 관계자는 “보통 화순에서 차례를 지내는데, 이번에는 서울시장 문제가 있어 연휴 일정이 유동적”이라고 전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