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은 냉정했다. 부랴부랴 마련한 복지 3종 선물세트도 가을 전셋값 걱정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였다. 추석 연휴동안 지역민심을 확인하고 여의도로 돌아온 한나라당 의원들은 눈 앞에 다가온 서울시장, 총선과 대선에 대한 걱정과 우려로 한숨을 내쉬고 있다.
14일 여당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전셋값 폭등, 만성적인 구직난에 대한 하소연은 계속됐다.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발표한 복지정책에 대한 평가는 한마디도 못듣고, 무능한 집권여당이라는 비판도 확인했다.
대구가 지역구인 이한구 의원은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물가와 전세난, 그리고 구인ㆍ구직난이였다”고 전했다. 수도권 지역 의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혜훈 의원은 “시장에 가니 물가 얘기가 많고 못살겠다는 얘기만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고, 윤상현 의원도 “서민경제와 살림이 어렵다보니,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대한 민심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당이 야심차게 준비한 복지 3종 선물세트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었다는 반응이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오전 회의에서 “정치권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여론이 춤 추고 있다”며 “한나라당이 서민 정책에 노력을 기울인 만큼 국민들에게 너무 알려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유정현 의원도 “물가이야기만 할 뿐 복지 정책에 대한 것은 들을 수 없었다”며 “당이 시행하고 있는 각종 복지 정책을 설명해도 받아드리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고 전했다. 뿌리 깊게 박힌 ‘한나라당=부자 정당’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감세 철회 같은 정책 변화 노력이 민심을 파고들기까지는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정부와 여당에 대한 이 같은 민심은 서울시장 선거 및 내년 총선, 대선에 대한 우려로 이어졌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 의원은 “지금 상황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서는 것 자체가 용기있는 일”이라는 말로 서울시민들의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을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부산ㆍ경남 지역 의원들 사이에서는 민심이반과 내년 총선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화두였다. 특히 만성적인 지역경제 불황에 저축은행 부실, 한진중공업 사태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산이 지역구인 한 당직자는 “부산ㆍ경남 지역은 공천개혁 없이는 내년 총선에서 야당의 바람을 이겨낼 수 없다”며 최근 안철수 원장 사태가 몰고온 민심의 달라진 모습을 강조했다. 18석인 부산 지역 국회의원 중 지금 상황에서는 절반까지 야당에게 내줄 수 있다는 일부 여론조사 분석 기관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반면 일부 의원들은 인위적인 물갈이론에 대한 경계심도 나타냈다. 안철수 원장 현상을 인위적 물갈이에만 이용할 경우, 지난 총선에서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있었던 역풍이 이번 총선에서는 부산ㆍ경남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