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열린 통일부ㆍ여성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과거 청문회의 재판이었다. 이번에도 부동산 문제가 어김없이 등장했고 세금 문제도 나왔다. 여기에다 아들의 입사 특혜 의혹마저 제기됐다. 이런 문제제기에 대해 장관 후보자들은 예전 사례와 같이 잡아떼거나 송구스럽다고 했다. 아마 청문보고서 채택은 이번에도 어려울 것 같다. 과거 청문회와 한 치의 오차도 없을 만큼 진행상황이 똑같다. 그렇기 때문에 그 결과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돼도 대통령은 이들의 임명을 강행할 것이고 장관 후보자들은 그냥 하루 고생했다고 치부하면 그만일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이명박 대통령은 “안철수 신드롬을 보면서 현 정치권에 올 것이 왔다고 생각했다”며 “스마트 시대가 왔음에도 정치는 아날로그 시대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기도 하지만 남 탓만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매번 인사 때마다 대통령은 마치 일부러 그러듯이 범법사실 혹은 온갖 의혹이 제기되는 인물들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고 여론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거나 ‘높아진 도덕성’만 탓하는 자세를 보여 국민들의 정치 불신을 키웠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나라당도 한몫했다. 비리가 사실로 밝혀지거나 해명돼야 마땅할 의혹이 제기돼도 후보자 감싸기에 바빴다. 더욱 가관인 건 우리는 왜 정책청문회를 못하냐면서 무조건 야권을 공격했다. 지명을 제대로 했어야 정책 검증이 가능하다는 걸 모르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청와대와 여당의 이런 태도가 정치 혐오증을 더 키운 것은 확실하다.
안철수 신드롬은 바로 이런 토양에서 잉태됐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문제가 있다. 일부에서는 안철수 원장이 대선에 나오지 않겠다고 하니 열풍은 조만간 가라앉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필자는 생각이 다르다. 안철수 신드롬에서 ‘안철수’는 더 이상 고유명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안철수라는 이름은 “국민들이 바라는 올바른 가치를 가진 때 묻지 않은 정치, 그리고 부패하지 않은 정의로운 정치”의 대명사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안철수 교수가 대선 출마를 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이를 대신할 것이고, 대체할 인물이 나올 때까지 국민들은 안철수를 외칠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기성 정치권 인사들은 떨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안철수 원장의 신선함과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일단 ‘맛본’ 이상 그 맛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며, 그렇기에 기성 정치인과의 대비효과는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더 강화될 것이고 정치권은 더 두려울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여야의 구분이 없다. 한나라당은 구태 정치의 표본으로 전락할까 봐 두려워하고, 민주당은 식상함의 대명사로 여겨질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이들은 머릿속으로만 두려워할 뿐 행동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당내의 권력구도와 대선후보들 간의 권력투쟁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한 구도에서 벗어나야 ‘안철수’를 이길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스스로의 권력을 포기하는 정치인이 속출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이길 수가 없다. 계속 불안에 떨어야 한다. 권력은 놓기 싫고, ‘안철수’는 이기고 싶고… 참 불쌍한 정치판이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