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 ‘강경 매파’로 평가받기도 했던 김 원장도 15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흐름을 의식한 듯 줄곧 남북간 대화와 대북정책 기조의 유연성을 강조했다. 북한에 대한 요구 수준을 낮추고 꾸준히 대화를 이어가는게 장기적인 통일 준비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금강산 관광 문제와 관련, “대화로 풀릴 수 있었던 문제가 이렇게 파국으로 치달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어 “3년 전 박왕자 피격 사망 사건 당시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이 구두로 한 재발방지 약속을 내걸었고, 우리는 그걸 꼭 문서화해야 한다고 버텼다. 법보다 더 큰 효력을 갖는 김정일의 구두 약속을 받아들이지 못한 우리 정부, 문서화하자는 글로벌한 요구를 무시한 북한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는 “대북 원칙주의를 지키는 가운데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면서 “북한 정부의 사과를 직접 요구하기보다 1.5트랙(반민반관) 차원의 사과를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강경한 대북정책을 유지하는 가운데 제3의 통로를 통해 간접적으로 북측과 소통하려는 일각의 시도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급물살을 타고 있는 남ㆍ북ㆍ러 가스관 프로젝트다.
김 원장은 “남ㆍ북ㆍ러 가스관은 개성공단과는 다르다. 개성공단은 북한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작은 창구지만 가스관은 북한 영토를 그저 지나갈 뿐”이라며 “북한의 대외경제 의존성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나쁘지 않지만 이번 사업이 남북관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ㆍ북미대화 이후 재개가 논의되고 있는 북핵 6자회담에 대해서도 “지나친 기대는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포기 의지가 낮아 실질적인 변화를 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만 유일한 협상창구에 북한을 이끌어내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통일연구원은 남북 문제와 북한 정권, 통일 정책 등을 연구하는 국책 연구기관이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문제를 연구하다보니 곧잘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곤 한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실시한 통일비용과 통일세에 대한 연구는 흡수통일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원장은 “통일재원 연구에 대한 국민적 오해를 푸는데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붕괴와 흡수통일을 전제한 연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북한의 개방ㆍ개혁을 통한 점진적인 통일이 플랜A(당초 계획)라면, 혹시 모를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한 것이 플랜B(비상전략)다. 통일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을 야기하는 통일비용 외에도 통일편익을 강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붕괴, 또는 통일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아무도 모른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서양식 기준으로 보면 북한은 이미 오래 전 망했어야 하는 나라”라면서 “그러나 특유의 독자성을 갖고 움직이는 북한은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도 꿋꿋이 체제를 유지했다. 김정은 후계자 지목 이후 체제 불안감이 급증하긴 했지만 어떻게든 다시 굴러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윤희 기자 @outofmap>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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