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희 기자 |
14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류우익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건네진 쪽지 내용이다. 성실히 답변하는 ‘척’이라도 하라는 통일부 관계자의 조언을 담고 있다. 그래서인지 류 후보자의 발언에서도 ‘유연성’이 있을 뿐 ‘진정성’은 찾기 어려웠다.
그는 “기존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면서 유연성을 발휘하겠다”고 답변했지만 정작 세부 사안으로 들어가면 답변은 애매모호했다. 유일한 남북간 통로인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현황파악마저 제대로 못한듯했다. 류 후보자는 “제1 개성공단의 입주가 마감되고 여건이 마련되면 제2 개성공단 문제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초 3단계로 이뤄진 개성공단 추진계획은 현 정부 들어 좀처럼 진전되지 못하고 1단계에 머물러 있다. 2단계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공단부지는 150만평, 배후도시 100만평이 추가되고 근로자는 20만으로 늘어난다. 3단계 완료시 근로자는 건설업과 서비스업을 포함해 총 35만명에 이를 전망이다. 제1 개성공단의 입주가 마감되는 것은 2,3단계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된 이후의 일이다.
양무진 북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개성공단 1단계도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제2 개성공단 운운하는 것은 개성공단에 대한 현황파악이 잘못된 것”이라며 “개성공단 파악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고 힐난했다.
류 후보자가 제시한 ‘유연성’이 이명박 정부에서 실질적 관계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그는 인도적 지원, 이산가족 상봉을 비롯한 비정치적 부문에서 대화 노력을 하겠다는 ‘방법론적 유연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도 천안함ㆍ연평도 사건에 대해서는 “정경 분리해 대응할 사건이 아니다”며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북한이 태도변화를 보이지 않으면 방법론적 유연성을 넘어선 대북정책 전환이 어렵다는 메시지다.
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은 “진짜 유연성인지, 청문회용 유연성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질타했고, 자유선진당 이회창 의원 “교과서적인 말만 하고 있다. 확고한 원칙을 지킨다는 말만 하지말고 남북관계 개선방안을 모색해달라”고 비난했다.
‘쓰는 척, 하는 척’하는 소극적인 자세로는 고착된 남북관계를 풀기 어렵다. 북한은 2차 남북 비핵화회담, 대북 수해지원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요구에 ‘무시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태효 대외전략비서관, 현인택 통일특보, 천영우 외교안보수석비서관 등 기존 강경파들도 여전히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의지표명, 정확한 현황파악이 절실한 때다. 한때 폐지론에 시달리기도 했던 통일부가 시늉만하는 ‘검토부’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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