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치사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권력 3대 세습의 주인공 김정은이 공식 등장한 지 1년이 됐다. 북한은 천안함ㆍ연평도 도발,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 방문 등을 통해 김정은 권력 기반 강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그의 앞날은 아직도 불투명하다는게 국제 사회의 평가다.
▶김정은 불안한 1년=김정은 후계 체제 안착 여부는 안갯속이다. 2009년 1월 후계자 내정이 이뤄지고 2010년 9월 공식석상에 등장한 지도 1년이 지났지만 권력 투쟁은 여전히 진행 형이다. 한 대북전문가는 18일 “김정은이 후계자로 대내외에 공식화되기는 했지만 첫걸음을 뗀 데 불과하다”며 “김정은 후계체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 시절보다 변수가 너무 많아 현재 상황에서 전망을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가장 큰 불안 요소는 아버지 김정일이다. 김정일은 10년이 넘는 준비를 통해 김일성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았지만 김정은에게는 시간이 없다. 김정일의 건강이 하루 앞을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김정일이 2∼3년 내에 사망한다면 김정은 체제도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 고위층 출신 탈북자는 “김정은이 아직 권부 내에 자신의 세력을 만들 시간적 여유를 갖지 못해 김 위원장이 조기에 사망한다면 선군정치 하에서 권력을 보유한 군부나 여타 권력세력이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치경력이 일천한 김정은이 자신의 체제를 구축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심 이반도 문제다. 김정은 등장 이후 북한은 화폐개혁 실패, 식량 부족 속에서 국경 무역 및 시장 단속 등 반 자본주의적 정책을 구사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대북 소식통들은 최근 북한 주민들은 지도자와 노동당에 대한 충성보다는 돈벌이에 골몰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하고 있다. 김정은이 이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후계체제 역시 민심의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의미다.
서울대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후계체제는 김정일 시대보다 주민들의 자발적, 비자발적 지지를 끌어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경제성장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물을 보여줘야만 정권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核ㆍ남북대화 김정은 살릴까=이번주 베이징에서 열릴 제2차 남북 비핵화 회담은 김정은 권력의 대외 노선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지난 7월 발리 남북대화, 김정일의 러시아 방문, 북중ㆍ북미 접촉 등을 통해 국제 사회가 요구한 핵 폐기 및 도발에 대한 경고가 대규모 해외 원조와 달러 공급이 급한 북한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판가름 할 수 있는 시점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번 회담이 순조로운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ㆍ미 양국은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중단을 비핵화 사전조치의 가장 핵심 항목으로 제시했지만, 북한은 이를 ‘사전조치’가 아닌 ‘6자회담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북한의 태도 여하에 따라서는 상황이 급진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적지않다. 발리 남북대화-뉴욕 북미대화 이후 오랜 침묵에 빠졌던 평양이 베이징에서 어떤 답변을 내놓을지에 외교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