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이석연 변호사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날렸다. 나경원 최고위원이 사실상 출마를 결심한 가운데, 여유를 찾은 한나라당이 입당을 거부한 채 ‘범여권 후보’를 고집하고 있는 이 변호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한편 이 변호사는 이르면 20일 자신의 최종 출마 여부를 결정, 발표할 예정이다.
19일 이 변호사는 한나라당과의 갈등 및 출마 강행 여부를 묻는 질문에 “시민단체 등과 협의해 조만간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불출마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이 입당 및 당내 경선을 양보하지 않는다면 불출마 선언을 하겠다는 의미다.
한나라당과의 막후 조율 의지도 밝혔다. 이 변호사는 “최종 조율의 여지가 아직 있고, 나로 인해 범여권이 분열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대립 끝에 독자 출마를 강행하지는 않겠다는 의사도 표현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독자 후보’를 내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지난 18일 오후 당사에서 열린 공천심사위원회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도 후보를 내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다음달 4일까지는 당 후보를 확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3일 후보자 접수 마감, 다음달 4일 경선 일정의 불변을 강조함으로써 한나라당 입당을 거부하고 있는 이 변호사 측을 압박한 셈이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태도는 그동안 출마 여부에 대해 함구하던 나경원 최고위원이 사실상 출마로 방향을 정한 데 이어 김충환ㆍ권영진 의원 등도 경선 참여를 확정하거나 적극 검토하는 등 ‘경선 흥행’에 대한 우려가 불식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 18일 천주교와 불교계 등 종교계를 잇달아 방문하며 여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특히 최근 여론조사에서 나 최고위원이 야권의 유력 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와의 지지율 격차를 1.4%포인트(한겨레-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서 1.9%포인트(매일경제-한길리서치)까지 좁힌 것으로 나타난 것도 한나라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이 변호사의 경쟁력은 나 의원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호사는 박 변호사와 양자 대결에서 더블스코어로 패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이 변호사는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된 지 불과 2~3일밖에 안된 시점이고, 일주일 정도는 지켜보고 평가를 내리는 게 온당하다”며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 않았지만 한나라당 내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여의도연구소장인 정두언 의원은 사견임을 전제로 이 변호사에 대해 “(여론조사 지지율이) 별로 안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인 것이다. 최정호 기자/choi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