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거취와 관련,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장고(長考)형’ 인사스타일이 또다시 여론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사람을 뽑을 때도 쉽게 결정을 내리지 않지만, 한 번 인선한 사람에 대해서는 좀처럼 경질 카드를 뽑아들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초유의 단전 사태로 최 장관 경질 여론이 비등한데도 청와대가 명확한 입장 표명에 주저하는 것 역시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여권 관계자는 19일 “대통령은 인사를 할 때 정치적 고려보다는 실용적인 마인드로 접근한다”면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여론에 따라 사람을 당장 교체하기보다는 책임을 지고 사태를 수습,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도 “무작정 사람을 자르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는 게 대통령의 기본인식”이라며 “최 장관 거취와 관련해서 선조치-후사퇴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 최 장관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사퇴’보다는 ‘사태수습’에 방점을 찍으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인사스타일에 대해 여당은 물론 청와대 일부 참모도 여론의 흐름을 도외시한 ‘정치적 실기’라는 불만이 적지 않다. 현 정부 들어 유독 고위급 인사의 사퇴 논란이 자주 발생하는 것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지난달 말 자리에서 물러난 현인택 전 통일부 장관의 경우 여야 정치권의 지속적인 교체 요구에도 불구하고 2년6개월 동안 장수했고, 김태영 전 국방장관은 지난해 천안함 사태 이후에도 8개월 이상 유임됐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임기 중 지루한 사퇴 공방을 벌인 끝에 세종시 수정안 부결 이후 어렵사리 사직서가 접수됐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보면 장관 교체는 검토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청와대가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강조하면서도 인사가 늘 이런 식으로 진행되니까 선거를 치러야 하는 여당으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