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외교통상부 및 산하기관에 대한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시종 일관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C&K의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의혹 해명에 김성환 장관은 연신 땀을 흘렸고,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미국 외교전문을 놓고 구상찬 한나라당 의원과 김동철 민주당 의원은 서로 목소리를 높혀 ‘매국노’ 공방을 벌였다. 또 박대원 코이카 이사장은 방한 중인 중남미 4개국 장관들과 만찬을 위해 자리를 비웠다가 의원들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 외교부 산하 기관인 재외동포재단만은 유독 의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재외동포들의 민족적 유대감 조성과 거주국에서의 지위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재외동포재단은 동포사회 실태 조사, 관련 조사연구 용역 등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매년 국감에서 의원들의 단골 메뉴였다.
지난해만 해도 재외동포재단은 사업 중복성을 이유로 역시 외교부 산하 기관인 국제교류재단과 통폐합 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발을 동동 굴렀다. 또 재단이 재외 한인회 등이 주최하는 행사비를 보조하는 것을 두고, 불법적인 선거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그러나 올해 국감에서는 재외동포재단에 대한 질의는 단 두건에 불과했다. 보조금 관리가 부실하다는 것과 중국 동포에 대한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실하다는 지적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사전 보도자료였고, 현장 질의나 추가 자료 제출 요구는 사실상 없었다는게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재외동포재단을 향한 달라진 의원들의 태도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형성된 ‘암묵적 공감대’ 덕분이다. 내년 총선에서 처음 치뤄지는 ‘200만 재외 국민투표 참여’가 각 당의 승패를 뒤바꿀 수 있기에, 주관 기관의 심기를 건드리는 공격을 애써 외면한 것이다. 재외동포재단이 평소 동포사회 여론 형성층을 대상으로 다수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결과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아무래도 선거를 앞두고 있으니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같은 외통위의 재외동포재단에 대한 ‘이유있는 무관심’을 설명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