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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로만 소중한 문화유산”...찢어지고 구겨져 윤곽조차 알 수 없는 문화재 상당수
20일 문화재청에 대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는 방치되고 훼손된 우리 문화 유산의 허술한 관리 실태가 그대로 반영됐다.

김성동 의원은 서울시내 곳곳에 산재된 근대문화유산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을 질타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근대 화단을 양성했던 고희동 선생의 가옥은 등록문화재 84호로 지정됐지만 안내판 하나 없었고, 이승만 대통령이 취임 전 거주했던 ‘돈암장’ 어느 곳에서도 근대 문화유산임을 알 수 있는 표시가 존재하지 않았다.

문화재청의 방관에 원래 모습 조차 알 수 없게 훼손된 문화재도 있었다. 전병헌 의원은 백제의 유물인 공주 송산리 고분군과 부여 능산리 동하총의 사신도 벽화가 윤곽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고분 개방으로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찍은 사진과 모형만으로 벽화의 원래 모습을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전 의원은 “국내 고분군 중 벽화가 보존된 곳은 7곳인데 이중 관련 시스템이 운영 중인 곳은 단 한곳 뿐”이라며 “고분군 출입구마다 써진 ‘벽화보존을 위해 관람객 입장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은 결국 훼손을 은폐하기 위한 눈속임에 불과했다”고 질타했다.

고궁 박물관에서 보관 중인 왕실 유물도 상당수가 긴급보존처리가 필요할 정도로 훼손이 심각했다. 한선교 의원이 국립고궁박물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장 유물의 72%가 시급하게 보존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이 타고 다니던 가마나 어가의장품 651개 중 절반인 326개가 파손되거나 찢어졌으며, 익종의 초상화의 ‘익종어진’ (보물 1492호)는 심하게 구겨지고 일부는 찢겨져 나간 채 방치되고 있었다. 또 만원짜리 지폐의 배경이기도 한 ‘일월오봉도’도 들뜨고 갈라져 보존처리가 시급했다.

국보급 문화재가 보수 과정에서 오히려 심하게 훼손된 경우도 있었다. 전혜숙 의원에 따르면 경주에 있는 국보 제 40호인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은 석탑 탑신 아랫부분 기단이 흙으로 완전히 덮여진 채 방치되고 있었다. 문화재청은 ‘정혜사지 십삼층석탑’에 대해 “경주 정혜사터에 세워져 있는 탑으로,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基壇) 위에 13층의 탑신(塔身)을 올린 모습인데, 통일신라시대에서는 그 비슷한 예를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습”이라고 홈페이지에서 설명하고 있다.

전 의원은 “국민의 혈세로 국보급 문화재를 훼손하는 보수정비를 하고 이를 또 다시 복원하는데 국민의 혈세를 사용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도 높게 질책했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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