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부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 문제를 놓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2006년 9월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대사는 본국에 보낸 비밀 외교전문에서 국가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전작권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한국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한 것으로 밝혀졌다.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2006년 9월25일자 주한 미대사관발 전문에 따르면 버시바우 대사는 “노무현 대통령이 이 문제(전작권 이양)를 ‘한국의 주권 되찾기’로 잘못 제시했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지금 그(노 대통령)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권교체 노력을 강화하는 와중에, ‘한국의 국가안보를 해치고 있다’고 그를 비난하는데 전작권을 이용하고 있다”고 당시 한나라당과 대선후보들을 비판했다.
버시바우 전 대사는 이같은 현상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이양(문제)은 한국 정치인들에게 납치된(hijacked) ‘복음(good-news story)’이다”고 규정했다.
이같은 비판과 함께 버시바우 전 대표사는 “한국이 몇 가지 핵심적인 국방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짧은 기간 안에 전시작전통제의 중요한 책임을 맡을 수 있게 될 정도로 강해진 것이 현실”이라며 “한국의 안보와 민주화, 경제성장이 효율적인 한미동맹에 의해 확보됐기 때문에 한국은 그 수준에 대체로 도달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그는 북한의 호전성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양국 정부가 최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는 방향으로 전작권을 이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전작권 이양 시기와 관련, 한미동맹 지지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차원에서 미국 국방부 안(案)인 2009년을 고집하지 말고 한국 정부에 “양보(give)”하는 유연성을 보일 것을 제안했다.
이어 “우리의 중대 이익은 특정한 날짜까지 전작권 이양을 마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한미)동맹에 대한 (한국)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유지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전작권은 한반도 유사시에 한국군과 미군 증원군의 작전을 통제할 수 있는 권리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2월, 양국은 2012년 4월17일을 기해 전작권을 미군에서 한국군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장거리 로켓 발사(2009·4·5)와 제2차 핵실험(2009·5·25), 천안함 폭침 사건(2010·3·26) 등 북한의 도발이 잇따르는 와중에 지난해 6월26일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이양 시기를 2015년 12월1일로 미루기로 했다.
안현태 기자 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