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방위에서 의욕적으로 일하던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갑자기 복지위로 이사했다. 국정감사 시작 당일 아침에야 결정된 갑작스러운 이사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그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와 연계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22일 나경원 최고위원은 충북 오송에서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청 국정감사에 참석도 못했다. 상임위를 옮긴 지 며칠 되지 않아 준비가 부족했기 때문.
나 최고위원 측은 “관련 업무에 대한 스터디가 끝나는 다음주부터는 본격적으로 국정감사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기관의 업무에 대해 미처 파악하지도 못한 채 국정감사에 나서는 것은 오히려 피감기관에 민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나 최고위원이 복지위에 배정된 것은 지난 19일이다. 이번 이사 결정에 대해 나 의원 측은 “당에서 가라 하니 간 것 뿐”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복지위 소속이던 김금래 의원이 여성가족부 장관에 임명됨에 따라 대신 나 최고위원을 투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나 최고위원이 어머니로서 평소 아동과 장애인 복지와 보건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것도 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나 의원의 복지위 행을 서울시장 선거와 연계해 해석했다. 복지위 활동을 통해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복지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것이다.
또 복지 당론 수용을 선거 지원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 대한 일종의 구애로도 일각에서는 해석했다. 지난 무상급식 주민투표 과정에서 ‘계백 장군’ 발언으로 박 전 대표 측과 대립각을 세웠던 나 최고위원이 상임위 활동을 통해 유연한 입장으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나 최고위원은 지난 21일 “소신과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당이 결정한 것에 따르는 것 역시 당인으로서 할 일”이라며 박 전 대표의 복지론 수용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나 최고위원 측의 한 관계자는 “지역구에 국립의료원을 포함한 다양한 복지 관련 시설이 있어 평소에도 복지위 업무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며 최근 무상급식 논란 속에서 보수적으로 보여졌던 나 최고위원의 복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