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열린북한방송 대표는 최근 출간한 저서 ‘민주주의는 국경이 없다’에서 “2000년 3∼4월 열린 제56차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만난 북한 대표들이 ‘인권침해 아무리 얘기해도 괜찮다’며 ‘장군님 이름만 좀 빼달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 대표는 “북한민주화네트워크 국제팀장 자격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며 “북한인권 실태를 고발하는 우리 측의 발표를 가만히 듣고 있던 북측 대표 3명이 발표문 마지막에 ‘모든 인권 침해의 원인은 김정일에게 있다’는 구절이 낭송되자 삿대질과 욕을 하며 일제히 들고 일어났다”고 전했다.
그는 고(故) 문익환 목사와 관련, “문 목사는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을 해체하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러나 갑자기 북한에서 ‘문 목사의 노선을 거부하라’는 지령이 떨어지고, 범민련 북측본부 백인준 의장 명의로 ‘문 목사는 안기부 프락치다’는 내용의 팩스가 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사파들이 이 팩스를 전국에 전파해 전국적으로 문 목사를 프락치로 비판하는 조직적 움직임이 시작됐고, 문 목사는 이 파동이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며 “모두 프락치라고 몰아붙이니 화병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로 활동하다 1989년과 1991년 투옥생활을 거쳐 1993년부터 문 목사가 주도하던 통일운동단체에서 활동했다. 그러나 문 목사 사후 생각을 바꿔 2005년 말 대북 단파라디오 방송인 열린북한방송을 만드는 등 북한인권운동을 하고 있다.
<안현태 기자 @godmar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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