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가치있는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최근 공개한 주한 미국 대사관의 2009년 개성공단 관련 외교 전문을 보면, 대사관은 개성공단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는 기회라고 높이 평가했다. 미 대사관의 3월 5일자 전문에서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대사는 개성공단이 “남북한 간 경제통합을 점차 강화하기에 탁월한 장소”라며 “우리 견해로는 개성공단은 지키고 장려할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라고 평가했다. 공단이 폐쇄되면 연간 3600만여 달러(약 415억원)의 북한 외화 수입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지만, 최소 4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들이 한국의 사업 모델을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잃는 등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고 스티븐스 대사는 지적했다. 미 대사관은 다만 북한이 개성공단 내의 한국인 근로자들을 억류하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공단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3월20일 작성된 전문에서 같은 달 북한이 개성공단 육로 통행을 세 차례 차단해 남측 인력이 일시 억류됐던 사태를 언급하며 “유사시 공단에서 사람들을 빼올 방법이 없다”는 교훈을 한국에 가르쳐줬다고 진단했다.
한편 미 대사관은 5월20일자 전문에서 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의 체제전복적 잠재력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문무홍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위원장의 평가를 전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반대해 통일부에서 쫓겨난 보수 성향 관료 출신인 문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개성공단의 고위직을 맡게 돼 스스로 ‘아이러니’라고 생각했지만, 실제 일을 해보면서 개성공단의 잠재력을 진정으로 믿게 됐다고 전문은 기록했다.
문 위원장은 “북한이 개성공단의 미래, 더 나아가 한국에 경제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것의 장단점과 그에 따르는 문화적·이념적 오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미 대사관과의 면담에서 말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