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라하는 인사들이 모인 국회에서도 유난히 터가 좋은 곳이 있다. 그곳은 바로 의원회관 5층. 회관 5층을 한바퀴 둘러보면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등 낯 익은 정치인들의 명패가 즐비하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 더 있다. 5층 한층에만 10ㆍ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후보들이 여야 포함 무려 네 명이나 몰려 있는 것이다.

’5층 매치’의 주인공들은 다음과 같다. 먼저 한나라당에서는 나경원 최고위원(서울 중구ㆍ515호실). 나 최고위원은 23일 공식출마를 선언하고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 후보는 ’생활’을 중심으로 한 정책을 펼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박원순 변호사에게 아직 밀리는 모양새지만 출마선언이 조금 늦었던 만큼 충분히 만회할 여지가 있다는 계산이다.

한편 515호실 주변은 민주당 후보들의 방으로 둘러싸여 있다. 바로 맞은편에는 박영선 정책위의장(서울 구로을ㆍ504호실)이 있고 조금 안쪽엔 천정배 최고위원(경기 안산 단원갑ㆍ512호실)의 방이 포진해 있다.

박 후보는 아직 나 후보와 직접적인 비교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만약 박 후보가 이번 25일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선출된다면 ’최초의 여성 서울시장’을 놓고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천 최고위원은 여야 의원 중 최초로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23일 정동영 최고위원이 천 후보를 공식지지를 선언하면서 민주당 조직표의 행방에 관심이 쏠린다.

추미애 의원(서울 광진을) 의원실은 528호로 다른 후보들과 떨어진 반대편에 있다. 조직에서는 아직 열세에 있지만 “민주당을 지키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해왔던 힘으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유명 의원들이 한곳에 몰려 있으니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적잖이 생긴다. 5층 최고위원들은 특히나 열심히 하기로 유명해서 밤늦게까지 의원실에 불이 켜져 있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각 방들은 자존심을 걸고 누가 더 오래 남아 있는지 암묵적으로 ‘버티기 경쟁’을 벌인다고 한다.

국회 내 민주당 관계자는 “국회의원 299명 중에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정치인은 20-30여명에 불과하다”면서 “같은 층에 이렇게 유명 정치인들이 모여 있는 것도 특이한 인연”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5층 매치’의 혈투 끝에 누가 생환할 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양대근 기자/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