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의 통합안이 25일 민노당 대의원 대회에서 15표 차이로 부결됨에 따라 향후 진보통합에 제동이 걸림은 물론 향후 진보정당 간 이합집산도 거세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 이정희-유시민 당내 입지 좁아져...대통합 힘 얻을까
양당의 통합 무산으로 이제 진보통합은 어디서부터 실타래를 풀어가야할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일단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통합을 주도해 온 이정희-유시민 양 대표의 입지는 상당히 약화될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특히 유 대표는 이번 통합에 사활을 걸었던만큼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대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권영길ㆍ강기갑ㆍ천영세 전 대표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통합을 모색했던 그는 향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처럼 진보소통합이 무산됨에 따라 그동안 흐지부진했던 대통합론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됐다. 정세균 민주당 최고위원은 26일 회의에서 “이번 소통합이 야권 대통합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길 기대했는데 안타깝다”면서 “원래 민주당과 참여당은 한식구였다. 통합이 필요하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합쳐야한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참여당과의 선제통합을 제안했다.
하지만 민노당과 진보신당은 “민주당이 통합이 아닌 연대의 대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전망은 많지 않다.
▶이합집산 본격화... 통합파만이라도 모일까
또한 소통합이 무산된만큼 통합파들만이라도 모여 ’제3의 진보정당’을 만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년 총선까지 앞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점도 이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있을 민주당과의 야권통합후보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진영 곳곳에서 힘을 합쳐 무기력한 진보정당의 벽을 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다. 이렇게 된 이상 통합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먼저 모일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새로운 정당에 포함될 수 있는 인물들로는 이-유 양 대표를 비롯해 지난 23일 진보신당을 탈당한 심상정ㆍ노회찬 전 진보신당 상임고문을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꺼져가는 진보대통합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 부득이 탈당하고자 한다. 제대로 된 진보정당에서 다시 만나자”면서 당을 떠난 바 있다.
반면에 이 대표가 평소 “당원들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누차 강조했던 만큼 기존의 민노당을 떠나 통합파에 합류할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 “아직은 두고봐야”... 신중론도 고개 들어
한편 아직 시간이 있으니 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됐다.
민주노동당 핵심 관계자는 “한 번의 기회가 사라졌다고 다음 기회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 짧은 기간에 이 정도의 결과라도 이끌어낸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이백만 참여당 대변인도 “참여당은 정당개혁과 정치혁신ㆍ 2012년 의회권력 교체와 정권교체를 위해 해야할 일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며 통합 논의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진영 통합의 중대 변수는 이번 10ㆍ26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다. 민노당과 참여당은 통합후보인 최규엽 민노당 후보가 양당 사이에 연결고리 역할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 후보가 야권통합경선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 내고 결과적으로 범야권에서 서울시장직 승리를 얻어낸다면 진보통합 실타래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다. <양대근 기자 @bigroot27>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