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야심차게 건설중인 라선 경제특구가 최근 일부 외국인 투자 유치로 조금씩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취약한 사회간접자본(SOC)으로 인해 실제 외국기업들의 활동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특히 중국과 러시아가 라선 특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각 도로와 철도공사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은 훈춘에서 라선까지 총 53km의 도로를 건설하기 위해 중국인 대거 투입했다. 이 도로가 개통될 경우 3시간 가량 걸리던 길이 30∼40분으로 대폭 단축된다. 러시아도 2억달러를 투입해 추진중인 연해주 하산과 라진항을 잇는 철도 현대화사업이 현재 거의 마무리단계에 와 있다.
이와 함께 중국과 러시아는 라진항 부두공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라진항에 건설중인 부두 13개 중 중국은 4호, 5호 부두의 건설과 사용권을 갖고 있고, 러시아도 라진항 사용의 확대를 추진중이다. 두 나라는 한국과 일본으로의 수출 화물을 라진항을 통해 수송한다는 복안이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현재 라선특구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다”면서 “외국기업들의 라선특구 투자가 본격화되면 북한은 이런 대외협력을 확대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WP는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의 문을 열겠다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의지로 라선 특구 책임비서 등은 연일 외국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라선 특구에 진출하려는 외국 기업들은 기대와 함께 위험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마커스 놀랜드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라선 특구 개발에 있어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면서 “도로 건설이 한창이지만 그 도로가 건설된 뒤 과연 거기서 무엇을 할 수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의욕적으로 특구 개발을 독려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인프라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제약요소라고 놀랜드 선임연구원은 설명했다. 은행 등 금융기관이 제대로 들어서지 않은데다 전력과 통신망 역시 미비한 점도 외국기업들의 투자를 꺼리게 만드는 요소다.
WP는 그러나 태평양으로 통하는 항구를 확보하려는 중국의 경우 이런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라선 특구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할 것이며 이는 특구는 물론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도 연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