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책임자를 개방형 직위로 임명토록 한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공감법)’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절반 가량이 내부 출신이나 기관장 측근을 감사책임자에 앉히는 등 자체감사기구의 독립성이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감사원 출신 인사들이 피감기관의 감사책임자로 자리를 옮기는 적지 않아 감사원이 공감법의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29일 한나라당 박준선 의원이 감사원 제출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감사책임자를 개방형으로 임용토록 한 102개 기관 중 동일기관에서의 경력자를 감사기구의 장으로 임명한 경우가 45곳(46%)에 달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는 고위공무원 직급인 감사관에 국립국악원 출신 인사를 선임했고, 국방부와 고용노동부 등도 고위직인 감사관 자리를 내부 출신으로 채웠다. 조규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동일기관의 근무경력자를 개방형직위 공모를 통해 승진, 전보 등의 형식으로 재임용해 기존의 순환보직에서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다는 지적 역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출신 인사들이 피감기관의 감사책임자로 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감사원 출신 인사들이 감사기구 책임자로 채용된 기관은 18개로 전체의 18%를 차지했는데, 이 중 17곳은 공감법 통과 시점인 지난해 2월말 이후 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준선 의원실은 “감사원 전체 퇴직자수와 퇴직자들에 대한 해당 기관의 채용수를 비교할 때, 감사원 퇴직자가 다른 기관에 비해 공공감사법의 절대적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 외부 및 민간부문의 경력자를 감사책임자로 임용한 기관은 35개로 집계됐다.
일부 기관에선 기관장의 측근 인사가 감사책임자로 임명된 사례도 발견돼 제대로 된 감사가 가능하겠느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자신의 취임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송모 변호사를 개방형 공모 형식으로 감사담당관에 임용했고, 성북구청장도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기획위원회 비서관으로 재직할 당시 같이 근무했던 행정관을 감사담당관으로 임용한 사실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