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대평가한 것 같다”낮은 지지율 충격…자금·조직 적극지원 이념으로 뭉친 진보진영에 밀려
보수 시민사회 진영의 대표 주자였던 이석연 변호사(전 법제처장)의 정치실험이 2주 만에 막을 내렸다. 이 변호사는 29일 불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칩거에 들어갔다. 그는 “내가 턱없이 부족하고 기성 정치의 벽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나를 과대평가한 것 같다”고도 했다. 전날 그를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했던 보수 시민단체 대표 8명의 설득도 그의 결심을 꺾지 못했다. 이에 따라 헌법적 가치를 모토로 한 우파 시민단체의 현실정치 참여도 물거품이 됐다. 이 변호사는 안풍(安風ㆍ안철수 바람)을 타고 혜성처럼 등장한 진보 진영 박원순 변호사의 대항마로 한나라당이 찾아낸 원외 인사였다. 하지만 이 변호사가 다른 주자와 비교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박 변호사, 높은 대중 인지도로 선두를 맹추격하는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 탄탄한 당의 지원을 받으며 가속도를 내는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 의장과 달리 이 변호사의 지지율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한나라당은 낮은 지지율의 이 변호사와 보수 시민단체의 부족한 결집력을 다시 보게 됐고, 반대로 이 변호사는 입당 제의 때와 180도 달라진 한나라당의 태도에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복지와 북한 문제 등 헌법적 가치를 둘러싸고도 보수단체와 한나라당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에 따라 이 변호사가 한나라당의 정책 실패를 비판하는 범보수 진영 후보를 자처하면서, 홍준표 대표의 출마 제의에 응하는 방식으로 선거전에 뛰어든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변호사의 중도 탈락으로 인해 보수 시민사회 진영의 한계가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보수단체들은 추대식만 한 뒤 이 변호사 1인에게 선거운동과 단일화 협상 등 모든 것을 맡기다시피 했다. 후보의 뒷심도 부족했고, 조직과 자금 모든 면에서 박원순 변호사를 지원하는 진보 진영에 패배했다. 박 변호사가 ‘박원순 펀드’라는 기발한 정치실험을 통해 47시간 만에 선거자금(39억원)을 모금한 것과 대비된다.
보수 진영의 실패는 또 기존 정당 외 제3세력을 만드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극명하게 보여줬다. 한 정치권 인사는 “영ㆍ호남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치권을 양분하는 현실에서 제3세력이 설 자리는 너무 좁다”며 현실을 한탄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