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의 최대 성과로 손꼽히던 자원외교의 부실한 실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권력실세 개입설’에 이어 청와대의 과도한 포장에 따른 ‘빈껍데기’가 아니냐는 지적마저 등장했다.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29일 공개한 미 대사관의 2009년 2월 26일자 전문에 따르면, 4조원대의 이라크 유전개발권은 구체적인 합의가 안 된 ‘설익은(prematurely)’것이었지만, 정부는 이미 석유가 생산되는 생산광구에 대한 첫 계약이자 자원외교의 주요 성과 중 하나라고 호들갑을 떨면서 대국민 홍보를 했다.
당시 청와대는 전문 작성 이틀 전인 24일 양국 정상이 유전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연계하는 사업에 합의해 총 35억5000만달러(약 4조2351억원)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맺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틀 뒤 우리 외교통상부 중동과장은 미 대사관 관계자를 만나 당시 보도자료 내용이 구체적인 합의 없이 ‘설익은 상태로’ 발표됐다고 전한 것으로 전문은 기록했다. 당시 정부는 그해 5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양국 간 장관급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를 마무리하기로 약속했지만, 끝내 이라크 정부는 개발권 부여 여부에 대해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날 위키리크스는 이명박 대통령의 치적을 과시하기 위한 ‘생색내기’사례도 폭로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유명환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캐슬린 스티븐스 대사와 가진 오찬에서 아랍에미리트(UAE)의 400억달러 규모 원자력발전소 사업수주가 실은 발표 한 달 전인 2009년 11월 자신의 UAE 방문 때 이미 확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UAE 측이 공식 발표 전 이 대통령의 방문을 요청하면서 청와대는 2009년 12월 한국-UAE 정상회담에 맞춰 이를 화려하게 발표했다.
자원외교 붐에 편승해 민간업체가 추진한 자원외교마저 ‘권력 실세 개입설’과 함께 빈껍데기로 드러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이성남 의원(민주당)은 C&K마이닝(이하 C&K)이 추진하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채굴권에 대해 사업타당성 평가도 하지 않고 정부가 대대적으로 나서 홍보해 사실상 주가 조작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외교통상부 고위 전관들이 이 회사와 관련돼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영준 전 차관의 이름은 미얀마 석유광구 개발권 획득 과정에서도 등장한다.
박 전 차관과 정권 실세로 불리는 KMDC 이영수 회장이 연루된 미얀마 자원개발 사업이 요란한 홍보와는 달리 석유와 가스를 발견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낮은 광구였다는 것이다. 정부는 개발권 획득에 앞서 해당 광구를 이미 ‘빈(dry) 광구’로 판단한 바 있다.
김윤희 기자/wo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