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내부 공멸 위기감에비판 의식 우호적 여론 확보
단일화 경선룰 세부안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던 민주당과 시민사회 측은 야권 승리를 위해 일단 ‘아름다운 양보’의 모양새로 갈등을 봉합했다. 박영선 민주당 후보 측과 박원순 시민사회 후보 측은 28일 국민참여경선의 선거인명부 명단을 공개하기로 합의하고 세부안을 마무리 지었다. 막판 양측 후보는 마치 양보 경쟁을 벌이듯, ‘조건 없는 수용’ 의사를 밝혀 극적 합의가 이뤄졌다.민주당은 여론조사상 열세를 만회하려면 국민참여경선에서 대반전을 모색해야 한다고 보고 선거인명부 공개를 요구했지만 조직력에서 상대적 열세인 시민사회는 동원선거 우려를 이유로 반대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협상 과정의 갈등이 외부로 서서히 노출되며 야권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고조됐다. 경선일(다음달 3일) 물리적 시간이 불과 5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더 이상 협상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초 야권 내부에서도 28일을 협상의 ‘데드라인’으로 잡아 놓고 있던 상황이었다.
보수 진영의 이석연 변호사의 불출마 결정도 합의에 영향을 끼쳤다. 한나라당이 당초 입장과 달리 이 변호사를 배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 여권이 단일화에 실패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야권까지 이를 답습해 시민들에게 함께 비난받을 수 없다는 인식이 공유됐다. 양측 모두 한발 양보하는 대신, 여론이라는 더 큰 우군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여기에 혁신과 통합 등 협상의 중립세력의 압박도 강하게 작용했다. 통합 후보를 지지할 중립세력이 갈등을 막고 협상 조기 타결을 강하게 요구했다. 혁신과 통합 관계자는 타결 전 “목표는 단일화를 통한 선거 승리이지 내부 분열이 아니다”며 “협상은 반드시 이뤄지게 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민주당과 시민사회 모두 조기 협상 타결이 되지 않을 경우 공멸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함께했기에 전격적 타결이 가능했다. ‘아름다운 경선’ 앞에서 양측 모두 꼬리를 내린 셈이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