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외교당국이 지난 24일 발생한 주한미군의 10대 여학생 성폭행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음달 중순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발생한 강력범죄 사건인데다, 우리 경찰의 소극적 사건처리로 불평등한 주둔군지위협정(SOFA) 개정 문제가 또 다시 불거지고 있기 때문. 더구나 최근 개봉된 영화 ‘도가니’로 성폭행 범죄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들끓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정상회담 분위기에 자칫 악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외교통상부는 이번 사건의 처리를 위해 미 정부가 적극적인 협조의사를 밝혔고, 필요하다면 현행 소파 개정 협의를 미국측에 제안할 수 있다며 파장 진화에 나섰다. 30일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수사상의 특별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만약 문제가 생길 경우 (소파 개정과 관련한)추가적인 협의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8일(현지시각) 미 국무부는 빌 번스 부장관과 커트 켐벨 동아태 차관보가 한덕수 주미대사에게 잇따라 전화를 걸어 이번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시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조해 나갈것”이라고 전했다. 가해 병사가 소속된 미 2사단의 에드워드 카돈 사단장 역시 이번 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피해자 가족과 한국 국민들에게 진실한 사죄를 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미 국부무가 주한미군과는 별도로 사건 직후 유감을 표시하는 등 신속한 수습에 나선 것은 이번 사건이 지난 2002년때의 여중생 미 장갑차 사망처럼 반미감정을 촉발시킬 수 있는 휘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달 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려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한 한국 내 여론 악화는 미국에도 부담일 수 밖에 없다. 우리 정부 역시 여론을 의식해 사건을 담당한 의정부지방검찰청이 이르면 10월1일 성폭행 가해자인 K이병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키로 하는 등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가 미국측에 소파 협정 개정을 제안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소파에 규정된 12개의 중요한 미군 범죄에 관한 수사에 특별한 문제점은 없다는 생각”이라며 소극적 입장을 피력했다.
<안현태 기자 @godmarx>pop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