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안에 ‘한지붕 두가족’을 이루고 있는 정무-정책라인이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임기 후반 이명박 정부의 대(對)국민 메시지 전달과 대(對)국회 협상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고 있다.
30일 청와대와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오랜기간 격론을 벌였던 감세 공방을 비롯해 최근 정전대란에 대한 책임 소재와 예산 배분,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및 약사법 개정안(감기약 수퍼 판매) 등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가 간단없이 회의 테이블 위로 노정되고 있다.
임기 말 레임덕 차단과 성공적인 국정 마무리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단일 대오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내년 총ㆍ대선과 유럽발 재정위기라는 정치ㆍ경제적 현안을 풀어가야 하는 양 측으로서는 서로에게 샅바를 내 줄 여유가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 ‘정치적 판단’과 ‘정책 합리성’의 이질적 속성상 정무-정책팀의 갈등은 어느 정부를 막론하고 존재해왔다” 면서도 “최근 정치권이 선거정국으로 돌입한 가운데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면서 접점을 찾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참모진들은 그동안 ‘경제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에 맞춰 정책이 앞에서 끌고, 정무가 뒤를 받치는 탈여의도, 실용주의 노선에 무게를 둬왔다.
임기 첫 해 종합부동산세 축소ㆍ폐지 논의에서 청와대 정무라인과 홍준표 당시 원내대표는 “서민들이 갖는 상대적 박탈감을 생각해야 한다”고 반발했지만, 이 대통령은 “잘못된 세금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며 감세론을 편 정책팀의 손을 들어줬다.
작년 7월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가 이슈가 됐을 때도 정무라인은 강부자 논란 재현을 우려했지만, 8월 말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서는 규제 완화를 주장한 정책라인의 입장이 관철됐다.
그러나 지난 8월 무상급식 후폭풍으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퇴하고, 연이어 안철수, 박원순 등 장외 인물들의 등장으로 정치권이 때이른 선거정국에 빠져들면서 정무라인의 목소리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정책팀에서 줄 곧 “MB노믹스 절반의 포기”라며 반대했던 감세 철회가 여당의 압력 속에 수용됐고, 29일에는 이 대통령이 성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오후 일정을 모두 할애하는 파격 행보를 선보이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선거정국과 경제위기라는 문제가 워낙 다급한 현안이다 보니..” 라면서도 “임기 후반이란 점을 감안할 때 청와대의 일관되고 명확한 메시지 전달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양춘병 기자@madamr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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