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 3인의 초반 행보 공통점은 현장 방문을 통한 ‘이미지 변신’이다. 화려함, 싸움닭, 비 전문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와 편견을 떨쳐버릴 수 있는 곳을 골라 방문하는 모습이다.
30일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는 강동구 소재 한 직업학교를 방문, 학생들과 함께했다. 출마 선언 직후 첫 행선지로 서강대를 찾아 구내식당에서 함께 점심을 먹으며 등록금, 취업문제 등을 이야기하고, 중대에서는 한 호프집에서 학생들과 번개 미팅을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또 27일에는 경동시장에서 앞치마를 두른 채 생닭을 팔기도 했다. 29일에는 방진 마스크를 낀 채 생활 하수와 빗물이 흐르는 광화문 지하관로를 들어갔다.
이런 나 후보의 행보는 ‘복지와 생활 현장’이라는 이미지를 부각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당 대변인, 최고위원 등을 역임하며 나 후보의 대중적 인지도를 높히는데 일등 공신 역활을 한 ‘말 잘하고 화려한 미모의 여성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시장 선거에서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원색의 정장 자켓 대신 단색 티셔츠와 가디건, 그리고 바지를 선택한 시장 후보로써의 패션 코드 역시 같은 이유다.
민주당의 박영선 후보는 반대로 ‘여성성’을 부각하는데 신경쓰는 모습이다. 그간 국정감사와 청문회 등을 통해 굳어진 ‘저격수’ 같은 강한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다. 박 후보는 29일 구로 디지털단지 벤처기업인 간담회, 시장방문 등을 통해 정치 대신 주부와 직장인의 ‘생활’을 강조했다. 또 새벽 택시 교대 현장을 찾아 서울시의 최대 현안인 교통 문제에 대한 관심과 전문성을 부각시키기도 했다.
시민 운동가 출신인 박원순 후보도 선거 운동 대부분을 생활 현장에서 소화하고 있다. 박 후보는 출마를 공식 선언한 16일 지하철에서 시민들과 만나는 것을 시작으로, 한강변, 동내 공원 등 넓지 않은 곳에서 편안한 대화를 나누는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하고 있다. 대규모 인력을 동원하는 기존 정치권과 차별화된 모습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특히 ‘시민발 정치 개혁’을 내걸고 나선 만큼 시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강조한다. 서울시장 후보 자격으로 찍힌 각종 보도 사진에서는 덥수룩했던 수염을 깎고 간편한 복장을 한 그의 모습 주변으로 30~40대 평범한 남녀노소 시민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최정호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