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사퇴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루 만에 이를 철회했다. 손대표는 지난 4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경선의 패배를 책임지겠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당내 국회의원은 물론, 야권의 서울시장 단일후보인 박원순 변호사측의 강력한 만류끝에 선당후사(先黨後私)를 이유로 일단 사퇴카드를 접었다.
이번 사퇴 헤프닝은 어찌보면 손 대표의 또다른 승부수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추천으로 정계에 입문해 장관, 도지사 등을 거치며 단시간에 유력 대선 후보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그는 숱한 난제를 겪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상승 의지만큼 여론 지지율이 오르지 않았기에 승부를 걸어야하는 상황에 스스로 내몰린 셈이다.
2006년 6월 30일 경기도지사를 마친 직후 그는 대권행보 대신 100일간 홀로 민생대장정에 나서는 돌발행동을 감행했다. 국민들의 관심을 모으는 효과는 있었지만 이명박ㆍ박근혜 두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양강구도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듬 해 3월에는 한나라당을 탈당, 민주당으로 전향을 시도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등의 지지가 있었지만 민주당 조직은 밑천없는 그를 외면했고 당 경선에서도 패배의 쓴잔을 마신다.
그의 승부수는 계속 이어진다. 18대 총선에서는 대표 자격으로 정치 1번지 서울 종로에서 출마하는 배수진을 쳤지만 패배한다.
하지만 지난해 10ㆍ3 전당대회에서 그는 조직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당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또 지난 4ㆍ27 재보선에서는 여당 텃밭 분당에 출마해 강재섭 한나라당 전 대표에게 승리했다. 이쯤 되면 승부사 기질이 몸에 익는다. 그런 그에게 ‘서울시장 선거 불임정당’이라는 위기가 또 다시 찾아왔다.
헤프닝으로 끝났지만 손 대표는 사퇴카드를 통해 민주당 변화의 초점을 자신에게 맞춰 당을 혁신하는 주체로 서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냈다. 특히 그는 이번 경선을 통해 자신의 우군으로 불리던 중도개혁층이 정당이 아닌 시민사회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해 스스로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절감했다.
그의 최대과제는 나경원후보와 1대1로 맞서 있는 박원순 후보의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다. 시민사회진영의 정치실험이지만, 민주당의 선거, 손학규의 정치생명이 달린 선거인 셈이다. 시민사회가 정당정치를 위협하는 시점에서 60년 전통의 제 1야당 당수가 어떻게 변화할지 주목된다. 대중은 오히려 손 대표가 보여줄 앞으로의 변화에 더욱 주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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