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실현 가능성이 적은 공기업 매각 수입을 차기 정부 출범해(2013년)의 세외수입 예산에 대폭 반영해 재정수입을 부풀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은금융지주, 기업은행, 인천공항공사 등 공기업의 매각이 법적으로 미비한데도 기획재정부가 타 부처와 논의 없이 차기정부 시점까지 무리하게 세수를 확대ㆍ분식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2011~15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분석한 결과, 세외 수입으로 공기업 매각이익을 총 12조3352억원으로 책정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기재부 예산실은 2012년 인천국제공항공사 4314억원, 기업은행 1조230억원, 산은금융지주 8808억원 등 지분 매각을 통해 2조3352억원을 정부 예산에 잡아놓았다.
정부는 또 차기 정부가 시작되는 2013년도의 세수에도 공기업 매각이익을 2012년보다 5배 높은 10조원으로 편성했다. 2013년 매각 수입은 기업은행 6조5000억원, 산은지주 2조6000억원, 인천공항공사에서 9000억원을 지분매각을 통해 세수로 거둬들일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 공기업들이 기재부의 예상과 달리 안정적 세수로 확보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산은지주와 기업은행은 민영화 일정조차 불투명하다. 특히 산은지주는 ‘2013년 5월 이전 최초 지분매각’이라는 일정만 잡혀 있으며, 상장된 기업은행은 중기 지원이라는 정책적 기능 등으로 인해 민영화 자체가 곤란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재부 방침에 대해 “기재부 예산실만의 생각”이라며 “현실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밝혔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분매각을 위해 법개정이 필요하지만 알짜기업 매각을 국회 여야 모두가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재정위기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장기화되고 있는 중에 정부가 이들 공기업 매각 이익을 무리하게 세수 예산으로 계상할 경우 예산의 부실화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미 기재부는 지난해와 올해 세수에 인천공항공사(1조3000억원), 기업은행(2조원), 기업데이터(339억원), 대한주택보증(8000억원) 등의 지분매각 이익을 포함시켰으나 매각 차질로 인해 부실예산을 편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뿐만아니라 기재부는 현 정부 세출에 비해 다음 정부 임기(2013~15년)기간의 세출을 매우 낮게 전망했다.
기재부는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현 정부 5년간 재정지출 연평균 증가율이 6.6%인데 비해 차기 정부 3년간 재정지출 연평균 증가율은 4.6%로 평가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이명박 정부가 세출을 과도하게 낮게 책정해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의 폭을 매우 좁게 만들어놓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당내 유력대선주자인 친박계에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용섭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감세 및 4대강 사업 등 무리한 적자재정을 추진해 재정건전성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현실성 없는 세수 편성을 감행했다”며 “이같은 분식예산은 차기 정부에 큰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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