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이 잔뜩 긴장했다. 10ㆍ26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중심으로 강하게 결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은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중심으로 세력확산에 나서고 있지만, 막상 누가 깃발을 들어야 할지 애매한 모습이 역력하다.

박 후보 측은 당장 이른바 ‘얼굴마담’이 누가 돼야 하는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박 후보의 선거운동을 이끌 강력한 구심점이 절실한 상황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사퇴를 번복하고 선거대책위원장까지 맡겠다는 다짐을 박 후보에게 직접 했지만 2%가 부족하다는 평가다. 손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전체가 박 후보를 ‘민주당 후보’라고 치켜세우면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약속했지만 미덥지 않다.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전 대표가 나 후보 측의 구심점으로 등장하는 것과 비교할 때 부족함은 더 커보인다. 특히 박 전 대표가 나서며 여권은 ‘친박’ㆍ‘친이’ 등 계파를 초월한 선거대책위원회가 꾸려져 서울시 ‘수성’을 노리고 있다. 아무리 민주당이 조직력을 앞세워 박 후보를 돕는다 해도 한나라당의 강한 결집을 당해내긴 어렵다는 우려가 야권 내에서도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후보 측의 유리한 전세가 역전당할 경우, 결국 박 후보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조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 대학원장의 지원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절실하다. 일단 안 원장 스스로는 선거운동 참여에 대해 “제 일이 아니다”, “드릴 말씀이 없다”는 짤막한 답변으로 선 긋기를 했다. 선거막판까지 지켜봐야 하지만 현재로선 ‘안풍(安風)’의 적극적인 지원을 사실상 얻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안 원장이 설사 선거운동 막판에 박 후보 지원에 나선다고 해도 범야권으로 묶어진 다양한 정파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안 원장의 등장과 동시에 야권의 중심축은 민주당에서 안 원장 측으로 넘어간다. 여야의 대립적인 정치질서를 거부하는 안 원장과 민주당은 껄끄러운 관계다.

이 같은 갈등을 해소하는 방안은 서울시장선거를 계기로 민주당이 ‘제3지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 정도로 기득권을 포기하면서 문호를 개방하고, 반(反)한나라당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 안 원장은 현 집권세력의 확장을 반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현실적으로 이 같은 야권의 빅뱅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안 원장이 박 후보를 돕게 된다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개인 대 개인’의 관계를 통해서 측면지원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원요청 역시 민주당이나 범야권이 아니라 박 후보가 할 가능성이 크다.

박정민 기자/boh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