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춘병 기자]지난 2008년 4월 취임 후 처음으로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정상회담을 포함한 7차례의 공식일정에서 한미 FTA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후 이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거나, 국내외에서 미국 인사를 만날 때, G20 정상회의 등 국제 회의가 열릴 때마다 예외없이 ‘FTA 전도사’로 발벗고 나섰다.
특히 작년 6월 토론토 G20 정상회의에서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나 3년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던 한미 FTA의 구체적인 추진일정에 합의하면서 FTA 성사의 결정적 모멘텀을 마련하기도 했다.
12일(현지시간) 미 의회가 FTA 이행법안을 통과시키고 우리 국회가 FTA 비준 작업에 본격 돌입한 배경에는 이처럼 두 나라 정상, 특히 “민간 부문을 잘 이해하는 굉장히 특별한 정상(윌리엄 로즈 한미재계회의 위원장)”인 이 대통령의 역할이 컸다.
유력 경제지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7일 “이 대통령 국빈 방미전에 전례없이 한미 FTA가 신속하게 처리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FTA 통과를 국빈 방미 선물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미 FTA는 지난 2007년 6월 공식 서명이후 4년 3개월동안 양국의 행정부 교체와 여야간 정치적 이견, 피해업종을 둘러싼 국민 정서 등으로 중대한 고비와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FTA 성사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자유무역과 개방에 대한 대통령의 철학이 확고했기 때문” 이라며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FTA 비준을 위한 관심과 지원, 미국 주요인사들에 대한 설득작업 등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적 이유로 FTA를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우리는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나라”라고 반박했고, 경제적 손실을 우려하는 이들에게는 “한미 FTA는 경제와 안보 양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설득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아세안 10개국, 인도, 27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EU(유럽연합), 페루 등과 차례로 FTA를 성사시키며 FTA 교역국을 기존 6개국에서 45개국으로 비약적으로 늘렸다.
또 미국과는 비준절차만 남겨두고 있으며 캐나다, 멕시코, GCC(걸프협력회의. 6개 아랍산유국), 호주, 뉴질랜드, 콜롬비아, 터키 등과는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협상 준비단계에 있는 국가도 일본과 중국 등 20여개국에 이른다.
청와대 관계자는 “개방경제인 우리 입장에서는 FTA라는 자유무역체제에서 앞서 가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면서 “남은 임기동안에도 FTA 성사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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