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충돌 시 강행 참여하면 불출마하겠다던 약속 안 지키겠다고 공언하는 거냐.”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대화와 타협은 없고 무조건 힘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닌 억지주의다.” (남경필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위원장)
첨예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 상ㆍ하원이 ‘일자리 창출ㆍ수출 증대 효과’에 의기투합해 한ㆍ미 FTA 비준안을 압도적 찬성으로 처리한 13일 우리 국회는 “강행처리” - “육탄방어”라는 험악한 용어를 동원하며 격돌했다. 여야의 볼썽사나운 대립은 4년 내내 반복되고 있다.
▶한ㆍ미 FTA 마침표는 민주당에=이날 열린 한ㆍ미 FTA 여야정 회의는 시작부터 파행을 겪었다. 한나라당은 내년 1월 1일 한ㆍ미 FTA 이행을 목표로 이달 중 비준안과 관련법안 처리를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고, 야당은 몸으로라도 막겠다며 대립했다.
한ㆍ미 FTA의 키는 제1야당인 민주당이 쥐고 있다. 여당인 한나라당이 ‘10+2’에 대해 재재협상을 제외한 모든 조건을 논의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입장을 밝히면서, 공은 민주당에 넘겨졌다는 의미다.
그러나 민주당의 선택 폭은 크지 않다. 양자택일뿐이다. 하나는 코앞에 닥친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내년 총선ㆍ대선을 감안해 야권통합의 파트너인 민주노동당 등과 함께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경제적 효과의 당위성 등을 고려해 큰 틀에서 비준안 처리를 인정하고 대신 강화된 피해대책안을 얻어내는, 대안 야당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선택이 가능할 뿐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노선차이가 혼재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야권연대는 민주당으로서는 놓칠 수 없는 선거전략”이라면서 “최근 야권 소통합이 무산된 명분 중 하나로 FTA에 대한 입장차가 있었다는 점은 민주당의 선택이 쉽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서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나는 이달 말을 주목한다. 초박빙 상태인 선거에 앞서 연대를 깨뜨릴 수 있는 한ㆍ미 FTA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기보다는, 선거 이후 시간을 두고 최종 선택에 나설 것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한ㆍ미 FTA의 외통위 통과, 그리고 본회의 상정 및 비준안 표결 처리도 한나라당과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11월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여야 한ㆍ미 FTA ‘재재협상’ 놓고 신경전=한ㆍ미 FTA에 대한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입장 차이는 ‘재재협상’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농수축산업 피해대책 보완,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책 마련 등 국내 보완입법에는 여야가 이미 협의를 진행 중인 상태다. 외통위의 한나라당 관계자는 “국내 대책의 경우 수차례 여야정 협의체 회의를 통해 기본 원칙은 정해진 상태”라며 “지원액과 방법 등을 놓고 여야 간 숫자 조정만 남은 셈”이라고 정했다.
민주당이 비준안 처리 전제조건으로 내건 ‘10+2’ 중 ‘+2’는 이견이 크지 않다는 의미다. 그러나 재재협상을 골자로 한 ‘10’에 대해서는 여전히 힘겨루기가 팽팽하다.
외통위 민주당 간사인 김동철 의원은 “미 의회가 FTA 이행법안을 통과시킨 것은 자국 이익을 충족했기 때문”이라며 “재재협상안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성의 있는 자세가 있어야만 비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여야 간에 입장차가 있어 합의 처리가 쉽지는 않지만 현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야당의 요구를 최대한 수용, 합의처리를 이끌어내도록 할 것”이라며 “그러나 재재협상은 민주당이 여당 시절에 체결했던 FTA 자체를 원천무효로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마지노선을 분명히 했다.
최정호 기자/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