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ㆍ26 재보궐선거의 공식선거운동 첫날인 13일 한나라당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조용한 유세, 찾아가는 유세’다.
나 후보는 낮은 자세로 시민들을 만나지만, 나 후보 외곽에선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여권은 나 후보가 박 후보를 맹추격해 초박빙 승부가 벌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나 후보가 박 후보를 앞섰다는 분석도 나왔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5시30분쯤 서울 용답동 군자차량기지에서 지하철 첫차가 출발하는 것을 보면서 “시민의 발이 출발하고 있다. 저도 시민의 발이 돼서 새벽을 여는 것처럼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능동 어린이대공원에서 ‘기호 1번 나경원, 서울 행복한 생활특별시’ 띠를 두르고 본격적인 유세에 들어갔다. 대공원에 들러 생활체육 활성화 방안을 구상하는가 하면 아침운동 나온 시민들과 체조를 하면서 ‘엄친딸’ 이미지 탈피에 공을 들였다.
특히 ‘1일1봉사 유세’를 위해 대공원 인근 먹자골목 청소에 나섰다.
강행군 탓에 피곤한 기색도 있었지만, 나 후보는 골목골목을 누비며 시민들의 삶의 현장을 체험했다. 청소 중 “유해 광고물이 많네, 어린이들이 보잖아”라고 말하는가 하면, 담배꽁초가 가득한 하수구에선 “이게 동네청소의 핵심”이라며 집게로 쓰레기를 집어냈다. 거리 유세라기보다 지역탐방을 하는 듯 했다.
나 후보는 박근혜 전 대표와 홍준표 대표와 함께 IT벤처타운이 밀집한 서울디지털산업단지를 방문, 직원들을 격려하고 벤처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들었다.
이런 가운데 당은 박 후보를 공격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후보는 시민후보가 아니고 일부 시민단체의 후보일 뿐”이라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법질서를 파괴하는 후보는 변화의 어젠다를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는 권력을 감시하는 순수한 시민단체로 남아야지 정치인 양성소로 변질되면 시민운동을 빙자해 권력을 탐하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권력화된 시민단체가 오히려 변화와 개혁의 대상”이라고 못박았다.
한나라당은 초반판세를 ‘초박빙’으로 분석하고 있다.
안형환 선대위 대변인 “거의 박빙 또는 역전으로 본다”고 했다. 서울신문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나 후보와 박 후보는 각각 47.6%, 44.5%를 기록했다. 나 후보가 이긴 건 처음이다.
그러나 아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선대위 홍보본부장 진성호 한나라당 의원은 “우리가 보기엔 박 후보가 7~8% 포인트 앞선다”고 했고, 이종구 선대위원장은 “불리하다. 그러나 아마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