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양춘병 기자]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명박 대통령이 공식 환영행사에 앞서 12일 저녁(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비공식 만찬을 가졌다.
미 의회가 한미 FTA 이행법안을 처리한 직후, 두 정상은 백악관에서 같은 차에 동승해 27분 거리에 있는 워싱턴 외곽한식당 우래옥을 찾았다. 당초 한정식으로 준비됐으나 불고기가 먹고 싶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요청으로 장소가 변경됐다.
만찬 장소는 일반인들도 즐겨찾는 대중식당이었지만, 참석자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우리 쪽에서는 김성환 외교장관과 천영우 외교안보수석 등이 미국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탐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배석했다.
‘FTA 축하연’을 겸한 이날 회동은 두 정상에게 경제교류 확대외에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전기가 될 전망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두 정상은 공교롭게도 글로벌 경제 위기와 각종 국내 문제로 인해 지지율 동반 하락(30%대)의 동병상련을 겪고 있다. 내년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을 이뤄야 하는 이 대통령과 재선 승리에 총력전을 펼쳐야 할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정치적 돌파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작년 6월 토론토 합의(FTA 추진일정)이후 ‘FTA 전도사’를 자처하고, 12일 미 의회의 FTA 처리와 관련해 한 목소리로 “일자리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개방경제를 강조하며 줄 곧 FTA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이 대통령과 달리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008년 대선 당시만 해도 FTA를 반대했으나, 최근 미국의 실업률이 9%를 넘는 상황에 치닫자 과감한 변화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FTA가 ‘경제 대통령’으로서의 확고한 위상을 재정립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란 해석도 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FTA는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체결한 9개 FTA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큰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우리 측에서도 EU와 미국이라는 두 거대경제권과 FTA를 체결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FTA 효과가 정치적 호재로 작용할 지는 향후 FTA 시행이후의 교역과정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양국 정부는 ‘윈-윈’에 기초한 협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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