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필 박사가 지난 1890년 미국으로 건너가 첫 한국계 미국인이 된 지 121년 만에 첫 한국계 미국인 주한미국대사가 탄생했다.
미국 상원의회 인준을 받은 성 김 신임 주한미국대사(51)가 그 주인공. 성 대사는 지난 1970년대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 1980년 미국 시민권을 얻은 재미교포 1.5세다. 13일(현지시간) 미 상원 인준을 통과한 그는 1882년 한미 수교 이후 129년만에 처음으로 한국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미국대사로 부임하게 된다.
성 대사의 한국 이름은 '김성용'. 1960년생인 그는 서울 성북동에 살면서 은석초등학교 3학년까지 다녔고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갔다가 중학교 1학년 때 미국으로 이민갔다. 1994년 미국에서 작고한 아버지 김재권씨는 1973년 일본에서 ‘김대중 납치사건’이 일어났을 당시 주일공사로 재직 중이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재권씨가 당시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성 대사는 미국에서 펜실베이니아대와 로욜라 로스쿨을 거쳐 로스앤젤레스 검찰청에서 검사 생활을 하다가 외교관으로 전직했다. 그는 2003년 주한 미대사관 1등 서기관으로 근무하면서 북한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이후 6자회담에 거의 빠지지 않고 참석했으며, 북한을 10차례 이상 방문했다. 2006년 주한 미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차관보에 의해 국무부 한국과장으로 발탁돼 전시전작통제권 전환, 북핵문제, 한국 대선 등과 관련된 업무를 처리했다. 2008년 상원 인준을 거쳐 ‘대사(ambassador)’ 직위를 얻은 이후 6자회담 수석대표 겸 대북특사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는 언론을 통해 한국민들에게 얼굴이 알려졌다.
성 대사는 윗사람이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인성의 소유자로 알려져 있다. 성격이 온화하고 겸손하며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또 발언을 절제하고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등 자기관리가 철저하다는 미 외교계의 전언이다. 그가 조지 부시 정부 때에 이어 오바마 정부에서도 고속 승진을 한 것도 이런 장점때문이다.
물론 북한 문제에 대한 그의 전문성도 신임을 받는 주요한 이유다. 커트 캠벨 동아태 차관보와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대북정책 결정과정에서 성 대사에게 많은 부분 의존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그를 “성”이라고 부르며 친근감을 표시한다고 한다. 성김은 한국어로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아무래도 ‘네이티브 한국인’만큼의 완벽한 어휘는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북한과의 협상 등 공식석상에서는 영어를 쓴다.
성 대사는 2남3녀 중 넷째다. 어머니는 LA에 살고 형제들도 모두 미국에서 변호사 등으로 활동한다. 그는 이화여대 미대 출신 한국 여성과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다. 외삼촌은 1960∼70년대 아나운서로 활동한 임택근 전 MBC 전무다. 그의 아들인 가수 임재범씨와는 외사촌 간이 되는 셈이다.
박세환기자 gre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