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서울시장 단일 후보인 박원순 무소속 후보에게 여전히 선거 유세는 낯설다. 하지만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새로운 시도로 무장하고 선거운동에 적응하는 모습이다.
14일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박 후보는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디지털단지 전철역에서 아침 인사로 선거활동을 시작했다.
박 후보는 한때 경쟁자였던 박영선 민주당 의원과 함께 전철역에 내려 출근길 시민들에게 기호 10번 박원순을 외쳤다. 비가 내리는 날씨였음에도 그는 유세 첫날 보다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으로 시민들에게 다가갔다. 등교길 여고생들과 사진을 함께 찍는 등 전날 볼 수 없었던 여유로움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동행한 박 의원이 “(나도) 오는데(정치인처럼 행동하는데) 상당히 시간 걸렸다”며 “지금 잘하고 계시다”라며 격려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아직은 마음 뿐”이라며 “(시민들에게) 마음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것 같아 힘들다”고 토로했다.
박 후보는 전날 긴장한 표정보다는 상당히 여유있게 시민들에게 다가갔지만 일부 노점에 방해가 된다는 시민들의 역정이나 무관심한 표정에는 다소 움찔하는 듯한 모습도 나타내기도 했다. 그가 악수를 청할 때 눈 인사만 하고 휙휙 지나가는 시민들도 있었다. 그는 “악수까지 가는 게 쉽지 않다”며 “적극적으로 저에게 다가오시는 분들이 드물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또 “아침부터 시민들 피로하신 게 눈에 보인다. 피로한 삶으로 결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없다”며 “좋은 시민으로부터 좋은 공동체, 좋은 정부가 만들어진다. 이제는 정치가 시민들 따라 바뀔 때”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날 유세현장에서는 이인영 박재승 선대본부장 등이 동행했지만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박 후보와 떨어져서 공동 유세를 진행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4당 정치권 인사들은 유세에 미숙한 박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비록 ‘정치 아마추어’ 박 후보가 대민(對民) 유세에서는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였지만 그의 선거 형식은 기발하다.
토론을 위한 유세차, 앞치마 선거운동복, 정책요리 메뉴판 등은 시민들의 눈길을 끌면서 기성정치와 차별화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박 후보만의 전매특허다. 또 시끄러운 노래와 현란한 율동 대신 차분히 시민들과 서울시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유세방식 역시 박 후보가 이번 선거운동에서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이다.
시민들 역시 이같은 선거운동 방식에 상당히 공감하고 있다. 다소 어눌하고 미숙한 듯한 박 후보의 이미지에 호감을 느끼는 동시에 기발한 발상으로 선거운동을 전개하는 데 긍정적인 반응이다.
유세 현장을 지나가던 한 시민은 “(어눌해보이지만)박원순은 믿음이 간다. (세련된) 나경원은 왠지 신뢰가 안 간다”며 “유세 방식이 독특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양대근 기자@bigroot27> bigroo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