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후보의 유세 스타일은 ‘유권자가 있는 곳을 찾아가 먼저 손을 내미는 것’으로 요약된다. 같은 옷을 입고 어깨띠를 두른 선거운동원과 수십개의 확성기가 달린 커다란 유세차 대신 사람들이 몰려있는 시장통과 상가, 길거리에서 악수하고 인사말을 건네는 게 선거운동의 전부다.
이 같은 선거운동은 나 후보의 약점으로 지적됐던 ‘엄친딸’을 ‘친근한 엄마나 주부’로 바꾸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수수하고 간편한 옷차림으로 나 후보와 악수하고 인사한 사람들에게 “예쁘고 말 잘하는, 일반인들과는 거리감 있는 정치인”의 선입견을 깨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나경원 하나라당 서울시장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서 출근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heraldcorp.com |
현장의 반응도 예상보다 좋다는 게 나 후보를 수행하는 당직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분 단위로 진행되는 바쁜 일정 속에서 빼놓지 않는 ‘1일 1봉사 유세’도 같은 맥락이다. 또 ‘두 자녀를 둔 주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주거와 교육, 물가 등 실 생활 문제를 누가 더 잘 해결할 수 있는가가 이번 서울시장 선거의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나 후보 측 관계자는 “나 후보가 살림꾼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며 “알뜰살뜰 서울시정을 챙기고 서울을 살리겠다는 뜻을 함께 담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나 후보의 새 이미지 심기 노력은 옷차림과 헤어스타일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단색 셔츠와 밝은색 운동복 자켓, 편한 면바지는 서울시장 후보 나경원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또 때로는 새치 머리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40~50대 주부들에게 “나도 당신과 똑같은 세대의 주부”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나 후보 측 외곽은 박원순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검증의 날을 더욱 세우고 있다.
선대위 홍보본부장 진성호 의원은 “박 후보가 TV토론을 기피하고 있다. 뒤에 숨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공격한 뒤 “유명 인사들의 이미지에 편승해 표를 호소하는 비겁한 캠페인을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민들에게 ‘화장하지 않은 생얼’이 드러나는 것이 겁나나”라고 TV토론을 거부하는 박 후보를 맹비난했다.
상황본부장 권영진 의원은 “제기된 여러 의혹에 대해 박 후보는 아무런 해명은 하지 못하고 네거티브라고 우기고 있다”며 “시민들의 궁금증, 알 권리를 네거티브라고 호도하고 여러 의혹에 대한 해명을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서울시민을 무시하는 오만한 반민주적 행태라고 할 수밖에 없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최정호ㆍ손미정 기자@blankpress> choijh@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