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말 공식유세…본지 나경원·박원순의 숨가쁜 24시 동행 르포
하루 14시간 차량서…침실이자 옷장뚝섬·여의도·잠실 등 서울 전역 순례
저녁 홍대 번개미팅 젊은 표심과 만남
초등학생들도 지나며 “나경원이다” 반겨
차가 식당이고 침대이자 옷장이었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하루에 14시간 이상을 검정색 카니발 차량으로 이동하며 다녔다. 나 후보 차는 선거운동 시작 이후 그가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나경원 차는 ‘패션룸’
선거기간 동안 나 후보에게 차는 곧 집이다. 식사도 김밥이나 샌드위치 등으로 때우며 차 안에서 해결하는 게 보통이다. 강행군 속에 밀린 피로도 잠깐 잠깐의 새우잠으로 대신한다.
차에서 나올 때마다 변신하는 나 후보 옷차림의 해답은 차에 있다. 체육행사 때, 시민들과 만날 때, 행사에 참석할 때 등 그때그때 일정에 맞는 옷과 구두를 미리 차에 준비해 이동 중에 갈아입는다.
나 후보는 16일 아침 자주색 아웃도어 재킷을, 양화대교 현장시찰 때는 카키색 캐주얼 재킷을, 108산사 순례기도회 일정에는 회색 정장 재킷을 입었다.
더러워진 차 내부를 청소하는 것은 나중 일이다. “생각보다 차가 깨끗하지 않더라”는 게 주변의 반응이다. 나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일정마다 옷 차림도 달라야 하고 준비할 것들이 있는데 집에 들어갈 수는 없지 않냐”며 “선거기간 동안 집처럼 차 안에서 생활해야 하니 깨끗하게 정리하기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댄서 나경원 “나는 여러분의 누나”
이날 나 후보는 일정에 없던 “홍대 급 번개미팅”을 저녁 일정에 추가했다. 나 후보는 “젊은이들의 문화와 젊은이들의 생각을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며 홍대를 방문한 목적을 밝혔다. 상상마당에 들러 서울 메트로지하철이 그려진 마우스 패드 2장을 샀다. 홍대 주차장 거리를 걸어들어가 ‘젠장버거’도 사먹었다. 그리고 홍대앞 놀이터에서 인디밴드의 공연도 들었다. “원래 내 나와바리가 여기다”며 “예전과 많이 바뀐 것 같다”며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오후 7시 홍대 상상마당에 도착한 나 후보가 등장하자 지나가던 학생들과 커플들이 발걸음을 멈췄다. 첫 반응은 “실물이 더 예쁘세요”였다. 이에 대해 나 후보는 “실물이 더 예뻐요? 그럼 기호 1번 찍어주세요”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날 저녁 8시 홍대앞 놀이터. 인디밴드 ‘사운드 박스’의 길거리 공연이 한창이던 무대 가운데 선 나 후보가 관객들을 향해 소리쳤다.
나 후보를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관객들의 요구에 밴드 멤버와 짧은 댄스타임도 이어졌다. 댄스타임이 끝나고 “깜짝 놀랐다”며 쑥스러워하는 나 후보를 향해 관객들은 환호와 박수로 답했다. 저녁 8시30분. 홍대앞에서 마지막 일정을 마친 나 후보는 “홍대 일정이 가장 시민들과의 스킨십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아줌마로, 엄마로 급변신
유세차는 보이지 않았다. 마이크도 없었다. 새벽 6시30분 집을 나선 나 후보는 일정이 끝난 저녁 8시30분까지 양화대교 현장시찰 일정과 108산사 대법회 일정을 제외하고는 직접 발로 걷고 뛰며 시민들과 접촉하며 뚝섬, 여의도, 잠실 등을 누볐다. 이날 나 후보가 차와 도보로 이동한 거리만도 120㎞에 달한다.
나 후보는 이날 오전 마라톤 대회 3곳과 체육대회 2곳에 참석해 시민들을 만났다. 선거운동 시작 후 매일같이 체력전을 치르고 있는 나 후보는 이날같이 대회에 뛰는 대신 참가자 한명 한명과 인사를 나누는 방법을 택했다. 두세 걸음에 한 사람꼴로 시민들과 만나 악수를 나눴다.
여의도 한강시민공원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도 나 후보는 행사장을 돌며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이어갔다. 행사장에서 만난 초등학생 20여명에게 나 후보가 다가가 “아줌마가 누군지 알아”라고 묻자 “나경원요”라며 나 후보의 등장을 반겼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