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2011년 성장률 발표 의미·향후 전망
작년 분기별 성장률1.3%→0.9%→0.8%→0.4%
경기하강 넘어 후퇴국면
유럽발 재정위기 직격탄
유가 고공행진 악재까지 겹쳐
“올 1분기 바닥찍을지 관건”
한국경제의 내리막이 너무 급격하다. 하강을 넘어 경기후퇴 국면이란 분석도 나온다. 부문별로 온통 마이너스 천지다.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물론이고 효자인 수출마저 4분기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걱정되는 이유다.
▶실물경제로 나타난 글로벌 금융위기=분기별 성장률로 보면 한국경제는 완전히 경기후퇴 국면이다. 연착륙 운운할 상황이 못 될 정도다.
지난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3%였다. 이후 하강곡선을 그리더니 2분기 0.9%, 3분기 0.8%, 4분기 0.4%에 그쳤다. 특히 4분기 성장률은 2009년 4분기 0.2% 성장률 이후 최저다.
한은 김영배 경제통계국장은 “유럽발 재정위기의 영향이 예상보다 커 국내 설비투자나 소비에 영향 미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4분기 부문별 성장률은 마이너스 일색이다. 수출은 2009년 4분기 -1.1%에 이어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1.5%)을 나타내면서 2년 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민간소비는 3년 만에 최저 기록이다. 2008년 4분기 4.2% 감소한 민간소비는 지난해 4분기 -0.4%를 나타냈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불과 1년 만에 ‘반의 반토막’도 안 되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2010년 25.0% 증가율을 보였지만 지난해 3.8%로 급락했다. 4분기만 놓고 보면 2009년 1분기 10.2% 감소 이후 11분기 만에 최저인 -5.2%를 기록했다.
김 국장은 “미국의 신용등급 하락, 유럽발 재정위기로 주식시장이 침체돼 자동차 등 내구재 소비가 크게 위축됐고, 12월 온난화로 의류소비 등이 저조했다. 이런 부분이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라고 말했다.
▶2012년 3.7% 성장 빨간불=지난해 경제성장률 3.6%는 2008~2012년 잠재성장률 3.8%(현대경제연구원 추정)를 밑돌고 있다. 이는 국내경제의 위축과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성장률 3.7%도 시작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성장은 그나마 수출이 견인했다. 2010년 대비 증가율은 주춤했지만 그래도 10%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올해 사정은 지난해보다 더 안 좋다. 유럽 재정위기의 불씨가 살아있는 데다 가계부채발 위기에 대한 우려, 물가상승압력, 총선ㆍ대선에 따른 재정압박 등 한국경제의 위기요인은 널려 있다.
우선 수출 둔화는 불가피하다. 최근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1월에 23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가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입이 320억3200만달러로 잠정 집계됐고, 수출은 291억달러에 그쳐 29억3200만달러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 중이다. 서비스수지도 올해 1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 설 연휴 국외 여행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6일 소공동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2011년 4분기, 연간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발표했다. 김영배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10달러 선에서 고공행진하고 있다. 유가 상승세는 세계 5위 원유 생산국인 이란과 서방의 긴장, 중동ㆍ북아프리카(MENA) 등 주요 산유국의 정정 불안 탓이다. 미 달러화 대비 원환 환율이 떨어진 것도 악재다.
한은은 “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해 기업과 가계가 초기에 과잉반응한 감이 있다”며 “1분기에 이런 영향에서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느냐가 1분기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경제가 올해 1분기 바닥을 찍고 반등할지 주목된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