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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럴해저드·한탕주의·정책부실이 저축銀 ‘화’ 키웠다
DJ부터 MB정부까지…묻지마 규제완화로 일관
카드사태때 부실늪 빠졌지만…저축은행간 인수허용 ‘악수’
되레 구조조정 호기놓쳐

분식회계 관행 여전…불법대출 과정 로비도
정경유착 비리 종합세트



작년 1월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지난 6일 4개 저축은행까지 모두 20개 저축은행이 시장 퇴출 통보를 받은 저축은행 업계의 몰락은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한탕주의에다,

금융당국의 정책 부실이 더해진 전형적인 ‘예고된 재앙’이었다. 특히 금융당국이 지난 2003년 이후 카드 사태와 부실 대출을 계기로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규제완화책을 동원하는 바람에 부실의 범위가 커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DJ부터 MB까지 ‘묻지마 규제완화’=DJ정부 말기인 지난 2002년, 정부는 서민금융 육성과 부양책의 일환으로 ‘상호신용금고’의 명칭을 ‘저축은행’으로 바꾸도록 했다.

당시 국회에서는 “나중에 피해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반발이 적지 않았지만 정부는 “이웃 일본도 다 그렇게 한다”며 방어막을 쳤다.

이후 저축은행으로 옷을 갈아입은 구(舊)상호신용금고의 수신과 여신은 예상대로 급팽창했으나, 2003년 카드 사태가 터지자 부실 대출을 카드로 돌려막은 저축은행 60%가 덩달아 부실의 늪에 빠졌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이때가 구조조정의 최대 호기였다”며 “공적자금을 투입해 불을 껐어야 했지만 노무현 정부는 오히려 저축은행 간 인수 허용이라는 규제완화책을 들고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M&A를 통해 ‘성장 신화’의 주인공이 된 솔로몬과 한국저축은행 등이 업계 전면에 나선 것도 이 무렵이다.

이후에도 저축은행들의 소액대출 부실로 가계대출이 막히자 정부는 이번에는 우량 저축은행에 대한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이른바 8ㆍ8 클럽 제도(BIS 비율 8% 이상, 고정이하 여신 8% 이하)를 도입했다.

이들 저축은행은 특정 대출자에게 80억원 이상은 대출할 수 없도록 한 규제에서 풀려나면서 고위험ㆍ고수익의 PF 대출에 집중했고,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랭하면서 총체적 부실의 진원지로 전락했다.
7일 저축은행 고객들이 지난 주말 영업정지 조치를 당한 저축은행 입구에서 ‘고객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일 4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방침을 발표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경영진 모럴 해저드가 부실 키워=이번에 영업정지를 당한 솔로몬과 한국저축은행은 지난 2분기(2011년 10~12월) 공시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은 물론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도 각각 8.89%, 5.12%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뒤늦게 강도 높은 검사를 벌인 결과 BIS 비율이 모두 기준 미달에다, 적자 수렁이었다. 저축은행업계 전반에 분식회계를 밥 먹듯 일삼는 관행이 팽배하다는 얘기다.

저축은행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는 이들의 ‘정경유착’ 경영 행태에서 더 큰 문제를 드러냈다.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에 따르면, 영업정지 4개 저축은행 경영진은 불법ㆍ부실 대출 과정에서의 비리, 사업 확장ㆍ퇴출 무마 과정에서의 정ㆍ관계 로비, 은행 내부 정보를 활용한 영업정지 전 사전 인출 등 ‘비리종합세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특히 이들 저축은행 오너들의 횡령(비자금) 규모와 용처에 초점을 맞춰 본격 수사에 나선 상태다.

이 밖에 ‘영업 돌파구가 없었다’는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들 경영진이 고위험 상품인 PF에 대출을 집중한 것은 리스크 관리의 ABC도 갖추지 못한 주먹구구식 경영이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업계 내부에서도 터져나왔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았을 때는 PF만 한 효자상품이 없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경영진들이 미래 전략에 대한 예측과 비전에 너무 소홀했다”면서 “정책 방기와 경영진들의 어설픈 한탕주의가 결국 업계 규모를 반토막 낸 공범”이라고 지적했다.


<양춘병 기자>
/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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