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경기저점’ 논쟁이 한창이다. 바닥이 어딘지 확인하는 중이다. 지금이 경기 저점이라면 앞으로는 치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 그 반대라면 추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정책당국에서건 시장에서건 향후 경기에 대해 확실한 전망을 내놓는 곳은 거의 없다. 미국, 중국 등 주요국의 경기둔화 우려와 재정긴축에 따른 유로지역의 침체, 고유가 같은 대외 불확실성이 수출과 내수 증가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가 올 상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빠른 속도로 재정지출을 늘리면서 정부소비만 증가할 뿐 가계부채와 고유가에 짓눌려 있는 민간의 소비는 정체 또는 위축돼 있고, 기업들의 설비투자는 들쭉날쭉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그 동안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지금도 그런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가 왜, 어떻게 좋아질지 명확히 설명하거나 시장을 설득할 만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흐름이 ‘상고하저’라고 해서 올해는 ‘상저하고’가 될 것으로 보는 건 무책임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전기대비 0.3%, 올해 1분기에는 0.9%를 기록했다. 이를 두고 지난해 4분기가 경기 저점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세안+3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현재 한국 경제가 저점이냐 아니냐를 말하는 게 주저되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 경기 지표는 지금 믹스 시그널(혼조된 신호)을 보이고 있다. 좋아지고 있거나 나빠지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최근 “여러 실물경기 지표를 보면 경기 회복세가 주춤한 느낌”이라며 “2월~3월 초순 정도까지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나 했으나 3월 중순 이후 힘이 부치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이처럼 정책당국자들의 경기판단마저 흐리게 한 것은 최근 나온 실물경기 지표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3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1~2월 비교적 큰 폭으로 증가하던 광공업 생산이 3월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소비와 설비투자도 큰 폭으로 내려앉았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3월 실물경기 지표들의 변동성이 너무 크다”며 “이런 흐름이 과거에도 있었는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평가했다.
일부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는 통계청이 예년과 다른 ‘계절적 요인’을 제대로 반영했는지 궁금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과거 예를 보면 경기 저점 근처에서는 월별 산업활동 통계가 들쭉날쭉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과는 다른 해석이다.
향후 우리 경제 흐름은 4월 실물경기 지표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장에서는 4월에도 수출 증가율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 내외에 그치고, 고유가와 가계부채 부담으로 소비 역시 크게 살아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재정부는 8일 ‘최근 경제동향 5월호(그린북)’에서 “향후 광공업 생산은 반도체 등에서 재고 부담이 줄면서 완만한 개선 흐름이 예상되지만 주요 품목 수출 감소에 다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비에 대해 재정부는 “유럽 재정위기 재부각, 휘발유 가격 상승세 지속이 소비회복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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