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박수진 기자]학교 폭력의 책임이 교사에 대한 뭇매로 이어진다. ‘선생님 그림자도 밟지 마라’던 시절은 어느샌가 사라졌다. 교사의 훈계를 참지 못한 학생이 주먹질을 하는 세상이다. ‘사랑의 체벌’은 이미 옛말이 된지 오래다. 회초리를 때려놓고도 마음이 아파 발갛게 부은 학생의 종아리에 약을 발라주며 마음을 전하던 사제간의 따뜻한 정도 어느샌가 오래된 흑백영화에서나 나올법한 모습이 됐다.
실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지난 4월 발표한 ‘2011년 교권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사례 10건 중 4건은 학생ㆍ학부모의 폭언 및 폭행에 의한 것이었다.
그래도 교사들은 “아이들이 희망”이라 말한다.
“우리마저도 아이들을 놓아버리면 누가 아이들을 돌보겠나”라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제31회 스승의날을 앞두고 한국교총이 지난 4일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진행하고 있는 ‘희망메시지 남기기’ 이벤트에 등록된 메시지에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본분을 잊지 않는 교사들의 사명감이 그대로 묻어 있다.
지난 4일부터 14일까지 교총 홈페이지에 남겨진 희망메시지 600여개 중 대부분은 녹록치 않은 교육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보였다. 하지만 교사들은 “이럴수록 포기해선 안된다”며 서로를 격려하고 있었다.
아이디 ‘kwonsnsg’라는 교사는 “보호관찰을 받는 아이가 학교생활에 제대로 적응을 못해 방황할 때 몇 번에 걸쳐 상담을 하며 그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며 변화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 아이가 내게 와서 이번 중간시험에서 평균 40점 이상이 올랐다며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교직의 뿌듯함을 느끼게 됐다. 아직 희망은 있다. 용기를 냅시다”며 파이팅을 전했다.
아이디 ‘ysshj11’라는 교사는 “학교 만이 희망이고 살 길임을 알기에 오늘도 꿋꿋이 출근을 한다. 교실붕괴, 학교폭력 등 시끄러운 시대지만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성역이 학교다. 사랑스런 제자들과 동료들 모두 함께 천국같은 학교를 세우기 위해 오늘도 웃으며 생활합니다”라고 밝혔다.
교사의 책임을 더욱 강조하는 메시지도 눈길을 끌었다. 자신을 고교 학생부장교사라고 밝힌 아이디 ‘ym0673’는 “콩나물은 물을 주지만 대부분 흘려보낸다. 하지만 콩나물은 무럭무럭 자란다. 학생들도 교사의 말을 대부분 흘려듣지만 그 말을 먹고 성숙된다”고 말했다.
“오늘도 내가 하는 따듯한 말 한다디에 희망을 안고 교실로 돌아가는 제자가 있다”고 밝힌 아이디 ‘eom98’은 “오늘도 학교일에 지친 선생님, 우리 모두 힘냅시다. 우리가 힘이 없으면 우리 아이들이 기댈 품이 없어집니다”며 교사들에 대한 용기를 북돋았다.
아이디 ‘mytjrxks’는 “해마다 오는 스승의 날이지만 올해 만큼은 다르고 싶다. 아이들에게 한번 더 웃어주고 한번 더 머리를 쓰다듬어 줘야겠다”며 “내일 아침 등교하면 먼저 오는 아이부터 한번 안아주자”며 교사의 실천적인 사랑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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