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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월이 두렵다> 삼각파도 쓰나미…한국 6월이 두렵다
유로존 이어 G2마저 실물경기 위축…대선 앞두고‘정치리스크’고조
17일 2차총선 그리스뇌관 작동중
스페인까지 번지면 통제불능

美·中경기둔화 한국에도 직격탄
수출 둔화·소비급랭 이중고

정부, 경기부양 재정투입확대 부담
위기해결 주체 국회는 허송세월



한국 경제가 다시 ‘거대 폭풍(perfect storm)’을 만났다. 지난 4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작심하고 쏟아낸 경고처럼 ‘1929년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에 직면했다. 자본주의 역사에서 요즘처럼 ‘부채와 저성장’으로 주요 선진국들이 한꺼번에 나락에 빠진 적은 없었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로서도 절체절명의 위기다.

유로존의 몰락과 주요 선진국의 동반 경기둔화는 전쟁으로 치면 외침(外侵)이다. 이럴 땐 안에서 뭉쳐야 산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위기 대응의 핵심주체가 돼야 할 국회의 기능이 마비돼 있다. 대선을 앞두고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정치 리스크’를 말한다.

위기 극복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은 실종됐고, 나라 경제를 생각지 않는 선심성 공약 남발이 우리나라에서도 ‘재정의 위기’를 증폭시키지나 않을까 두렵다.

나라 곳간을 책임진 기획재정부는 위기감을 인식, 5일 박재완 장관 주재로 두 차관과 주요 실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로 실물ㆍ자금시장 점검회의를 열어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당장 6월이 문제다. 최대 악재는 유로존이다. 오는 17일 그리스 2차 총선 전까지 그리스발 유로존 재정위기는 활화산이다. 총선 이후 그리스에 좌파정권이 수립돼 구제금융 조건으로 약속한 긴축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리스 디폴트(채무 불이행), 유로존 탈퇴 논란과 함께 재정 취약국으로 위기가 확산되면서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그래픽=이은경/pony713@

더 심각한 것은 스페인과 이탈리아 상황이다. 만약 두 나라가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면 국가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될 수 있다. 최악의 경우 두 나라의 국채를 대량 보유 중인 독일과 프랑스 민간은행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로존 재정위기가 금융의 유동성 위기로 전이되는 수순이다. 그렇게 되면 세계 경제는 공멸이다.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의 상황도 악화일로다. 애초 2분기부터 기대했던 미국의 고용 회복과 소비 확대는 아직 요원하다. 올 초부터 본격 시작된 중국 정부의 긴축과 구조조정 스탠스가 중국 경제의 성장률을 떨어뜨리면서 선진국은 물론 한국 등 신흥국 경제에 직접 타격을 가하고 있다.

세계 경제 3대 축인 미국과 중국, 유로존의 격랑은 한국의 실물경제로 옮겨온 지 오래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벌써 3개월째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생산과 소비, 설비투자 등 내수 지표들 역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기업들의 손익구조는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고 있고, 1000조원에 육박한 부채에 신음하는 가계는 소비를 늘릴 여력을 상실했다. 주가 하락, 부동산시장 침체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갉아먹고 있다. 지금으로선 수출 감소→생산 둔화→내수 위축→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을 대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나서서 재정을 마구 퍼부을 수도 없다. 당장의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악화시켰다간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는 노릇이다. 당장 시급한 것부터 해결해야 한다. 윤창현 금융연구원장은 “비가 오는데 한 방울도 안 맞을 순 없다”며 “정부가 경제주체들과 ‘이런 것은 어렵다’고 터놓고 얘기해야 지금의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윤 원장은 “먼저 경기둔화 폭을 줄이는 게 급하다”며 “재정 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경기를 부양하는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흔히 예견된 위기는 위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6월 한국 경제 위기설’도 예상된 것이긴 하다. 하지만 위기인지도 모르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일이다.

19대 국회 개원일인 5일 정치권은 국회 문을 열지 않았다. 서로 죽이고 죽는 ‘대선 프레임’에 갇혀 한국 경제가 지금 어디로 가는지 볼 눈조차 감아버렸다. 


<신창훈ㆍ하남현 기자>
/chuns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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