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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석학들의 글로벌 위기 해법은?…“정부 규제도 진화해야”
[헤럴드경제=조동석 기자] 유로존 위기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금융안정이 지상과제다.

세계 석학들은 14일 한국은행이 서울 남대문로 본관에 마련한 ‘글로벌 위기 이후의 통화 및 거시건전성 정책’ 주제의 국제컨퍼런스에 모여 금융 안정을 위한 정책수단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금융통합의 진전으로 신흥국들이 자본이동과 관련한 새로운 위험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해법으로는 정부 규제의 진화를 주장했다. 또 하나된 세계경제에서 각국의 통화정책만으론 금융 안정을 이뤄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를 예방하기 위해 개별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아닌 금융시스템 전체에 미치는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건전성을 감독하는 정교한 ‘거시건전성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 예금보호제도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 초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사전트 뉴욕대 교수는 영상 기조연설에서 “때때로 정부 정책은 시스템 리스크(금융서비스의 붕괴 리스크)를 유발하거나 민간부문의 위험관리 노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금보호제도가 금융기관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온 게 대표적이다.

그러면서 정부규제의 진화를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규제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계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맞춰 조금씩 진화해 나가는 것이라는 주장이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전트 교수는 정부가 규제를 완전히 실행하기 어려운 만큼 규제 차익(규제의 차이를 이용해 이익을 얻는 것)을 감안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동산담보대출 억제를 위해 1금융권을 옥죄자, 수익창출 기회를 얻은 2금융권이 위험한 곳에 투자하면서 위험이 증폭된 게 대표적 사례다.

▶금리 조절만으로 금융 안정 안돼= 국제금융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기조연설에서 “금융안정은 금리조절만으론 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선진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은 국제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하락시키는 효과가 있어 이들의 위험 선호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대형 국제은행, 특히 유럽계 은행들이 저금리의 미 달러화 자금을 조달해 신흥국에서 대출을 늘렸다는 얘기다.

그는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면서 자본유입국 통화의 절상, 외화 차입 기업의 채무가치 하락 등으로 은행들이 채무자에게 추가로 대출을 할 여력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런 확장과정에서는 시장위험 지표도 함께 하락해 은행들이 추가적인 자금조달과 대출 확대를 추구하게 된다”면서 “경기상승기에는 선순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본유입 흐름이 바뀌면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면서 은행과 채무자가 심각한 외화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에 이런 위험 선호 경로가 작동했다”면서 “중국이 최근 유럽 재정위기의 충격을 크게 받고 있는 이유도 글로벌 유동성 사정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수출기업들이 미래에 갖게 될 외화 수출대금의 환위험을 피하기 위해 해외에서 외화를 차입해 은행에 예금으로 보유했고, 은행들이 이 기업의 외화예금을 활용해 대출에 나섰다가 글로벌 유동성 사정이 악화되면서 어려움을 겪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에서는 글로벌 유동성으로 전통적 통화정책이 교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를 올려 통화량을 흡수하려해도 금리차이를 노린 해외자본이 유입되면 통화량 조절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G20 정상회의에서 선진국의 확정적 통화정책이 글로벌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흥국 자본이동 새 위험 직면= 장피에르 란다우 프랑스 중앙은행 전 부총재도 “통화정책은 이자율이라는 한개의 정책수단에만 의존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유동성 창출, 만기구조 변화 통제 등 새로운 정책수단의 개발과 확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스워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신흥국은 금융통합 진전으로 자본이동과 관련한 새로운 위험에 직면했다”면서 “신흥국의 높은 금융 개방도는 선진국 정책과 외부충격의 파급효과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새로운 리스크에 대한 대응으로 신흥국은 금융시장 발전, 관련 제도 및 지배구조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바쉬 쿼레쉬 IMF(국제통화기금)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은 금리정책과 외환시장 개입이란 조합을 통해 국제자본이동에 대응할 수 있다”면서 “급격한 자본유입으로 일시적 통화 절상을 야기할 경우 통화당국이 물가안정목표를 최우선시 하는 방향의 금리정책을 구사할 것이란 시그날을 보내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엔리케 멘도자 메릴랜드대 교수는 “위험이 낮아졌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는 경우 거시건전성 정책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라고 했고,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 대출을 줄이는 경기역행적 레버리지 정책을 쓰라”고 말했다.

dsch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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