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자영 기자]지난 2010년 구제역 파동으로 가축을 매몰한 지역에 상수도 시설을 설치하는데 총 641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102명에 62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기도 해 과도한 예산 집행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국회예산정책처의 ‘가축매몰지 사후 관리와 토양ㆍ지하수 환경관리의 적정성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구제역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가축을 매몰한 지역에 일률적으로 상수도 시설을 설치했다. 총 사업비 6411억원(국고 4428억원)이 주민 23명에게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관 설치를 위해 쓰였다. 1인당 약 275만원이 소요됐다.
1인당 사업비가 500만원을 넘는 구역은 38곳이다. 이중 경기 동두천, 강원 춘천ㆍ양양, 충남 천안ㆍ홍성ㆍ예산ㆍ당진 등 11곳은 1인당 사업비가 1000만원을 넘었다. 충남 아산의 경우는 주민 102명에게 62억원을 투입해 1인당 6000만원 꼴의 비용이 소요됐고, 34명이 거주하는 경북 울진군의 한 마을에는 12억원을 지원했다. 산속의 축산 농가 한 곳에 물을 공급하려고 수㎞의 상수도관을 설치한 사례도 있었다.
일각에서는 가축 매몰지는 약 5m 깊이로 조성돼 주변 심층 지하수를 사용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상수도관을 새로 설치해 막대한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보고서는 “소규모 주민이 거주하는 매몰지에는 100m이하의 땅속에서 끌어올린 지하수를 활용하는 마을상수도나 소규모 급수시설을 이용하면 상수도관보다 적은 예산으로 깨끗한 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적은 급수인구를 대상으로 장거리 상수도관망을 설치하면 t당 투자비가 늘어나 물값 인상 요인이 되므로 심층지하수 이용을 늘리는 게 주민에게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가축 매몰 지역에 무조건 상수도를 공급하는 미봉책에서 벗어나 지역 여건을 고려한 물 공급체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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